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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동경_140703-1

어젠 늦게 들어와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가 꽤 괜찮다. 제공되는 아침식사도 마음에 들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화점하고 대형 서점이 근처에 있어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심지어 교통도 좋다. 



원래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스케쥴은 오전에 도서전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오후에 서점에 들르는 거였는데, 어제 경험한 바로는 도서전을 하루 더 보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일행인 정차장님과 함께 동경 시내를 돌아보기로 결정..



이제부턴 가이드 없이 돌아다녀야 하니까 먼저 동경 지하철 노선도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티켓 발매기 위에 있는 노선도는 일부만 표시되어 있는 거고, 전체를 다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우에노, 도쿄, 신바시,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가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주요 역이다. 



노선도를 보니, 아직 서울은 복잡해질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들고... 



노선도 앞에서 한참 끙끙대다 결국 첫 행선지 하라주쿠역을 향해 출발. 일본의 지하철은 서울과 거의 흡사한 비쥬얼에 음량만 소거된 느낌이다. 나즈막한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조차 없다. 내가 탄 열차가 유독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우리나라 대비 10%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도 없다. 대부분...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멍 때리고 있다. 



메이지신궁.. 딱히 계획했던 장소는 아닌데.. 하라주꾸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니 바로 입구가 있길래 들어왔다. 한일 간의 아픈 역사를 생각했을 때 이곳을 관광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런 좁아터진 사고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나라에 왔으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둘러보고, 이해할 건 이해하고 배울 건 배워야 하는 거다. 그래야 품을 수 있고 품어야 넘어설 수 있다.



묵묵히 앞서 걷던 정차장님이 길 한복판에 갑자기 멈춰서더니, 이 자세로 10여 분을 꼼짝 않고 핸드폰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중요한 업무 메일 세 통을 처리했다고.. 우왕~ YOU WIN! 



일본 각지에서 공물로 바쳐진 정종단지? 설명을 제대로 안 읽어서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하나하나 보면 각각의 개성이 보이는데, 모아 놓으면 묘한 맥락이 느껴진다. 그래서 하나의 덩어리로 굵직한 힘을 발휘하는 것... 이게 일본 디자인!  



일본식 정원 들어가는 입구에 안내소가 있다. 느낌이 고즈넉해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는 몸짓을 했더니 급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저렇게 정자세로 한참 동안 멈춰 계신다. 여기도 자기 업무에 충실한 분 하나 추가.. 당신도 WIN!  



신사에 들어가기 전 손과 입을 헹구는 곳.. 먹는 물 아니라니까!



일본의 관광지 안내를 맡은 분들의 대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서 자원봉사를 하는 걸까? 아니면 노인 인력 활용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걸까? 어찌됐건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가장 좋아 보이는 건 방문객들을 반기는 넉넉한 미소... 그나저나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고 소란스러운 게 오늘 특별한 행사가 있나 보다.



무려 황족의 결혼식.. 아니 결혼식은 아니고 결혼 보고를 하러 방문한 것 같다. 참배를 끝내고 잠깐 밖에서 포토타임을 갖는데 덩달아 찍어댔다. 근데 나이가 좀 많아 보이네. 혹시 신랑 신부가 아니라 신랑의 부모쯤 되나? 모르겠다.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근데 촬영진 규모가 좀 조촐하다. 언론사에서 나온 사람들 같지는 않고.. 혹시 황실 직속 찍사들? 이 세 명이 마치 무용을 하는 것처럼 어찌나 다이내믹한 포즈로 장시간 촬영을 해 대던지.. 까딱하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여기도 자기 업무에 충실한 분들 추가.. 당신들도 WIN!



뭐.. 처음보는 분들인데.. 이것도 인연이니.. 

결혼 축하합니다.

더불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