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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양근성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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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물가를 산책하다 보면 괜히 무서워진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데 앞에서 뒤에서 뭔가가 계속 서성이는 느낌이 들어 발걸음이 빨라진다. 햇살 반짝이는 날도 그런데 흐린 날에는 거의 뛰어야 한다. 차라리 뭔가가 불쑥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새들이 후다닥 날아오르거나 바람결에 나무가 움찔거려 오금이 조여든다.



강과 하늘과 새.. 강은 땅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시간을 품고 흘러 바다로 나가 차곡차곡 쌓인다. 하늘은 모든 과정을 멀찌감치 떨어져 살피는데 가끔 내킬 때만 아래로 내려와 못난 얼굴을 비빈다. 그 사이에서 새들만 분주하다.



나무.. 나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시간의 눈치를 보고 강의 눈치를 보고 하늘의 눈치를 본다. 나는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자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있고 싶은 곳에 있지 않은 현실을 버틸 수 있다. 나무는 다르다. 나무는 시간을 품고 강을 품고 하늘을 품는다. 나무는 저마다의 진지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운명을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