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노란 장소 | 26 ARTICLE FOUND

  1. 2018.05.03 사무실 풍경..
  2. 2017.02.06 양근성지..
  3. 2016.11.14 2016년 가을..
  4. 2016.08.28 옥탑방 노을 본방사수..
  5. 2016.06.25 옥탑방 하늘.. (1)
  6. 2015.10.26 오늘의 서쪽 하늘..
  7. 2015.10.11 서쪽으로 난 창..
  8. 2015.09.06 걷는 게 딱 좋아..
  9. 2015.05.15 옥탑방 야경...
  10. 2014.10.26 하늘공원 억새축제...



어찌됐건... 꽤 일관된 삶을 살아왔다..


[ 2001년 11월 27일 ] 


[ 2002년 3월 14일 ]  


[ 2002년 8월 31일 ] 


[ 2003년 2월 8일 ] 


[ 2003년 4월 30일 ]


[ 2006년 1월 15일 ]


[ 2006년 12월 8일 ]


[ 2008년 3월 5일 ]


[ 2009년 12월 10일 ]


[ 2010년 1월 27일 ]


[ 2010년 11월 21일 ]


[ 2012년 1월 10일 ]


[ 2012년 8월 14일 ]


[ 2012년 12월 2일 ]


[ 2014년 5월 19일 ]



양근성지..

노란 장소 2017.02.06 23:35


산책.. 양평 물가를 산책하다 보면 괜히 무서워진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데 앞에서 뒤에서 뭔가가 계속 서성이는 느낌이 들어 발걸음이 빨라진다. 햇살 반짝이는 날도 그런데 흐린 날에는 거의 뛰어야 한다. 차라리 뭔가가 불쑥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새들이 후다닥 날아오르거나 바람결에 나무가 움찔거려 오금이 조여든다.     



강과 하늘과 새.. 강은 땅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시간을 품고 흘러 바다로 나가 차곡차곡 쌓인다. 하늘은 모든 과정을 멀찌감치 떨어져 살피는데 가끔 내킬 때만 아래로 내려와 못난 얼굴을 비빈다. 그 사이에서 새들만 분주하다.     



나무.. 나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시간의 눈치를 보고 강의 눈치를 보고 하늘의 눈치를 본다. 나는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자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있고 싶은 곳에 있지 않은 현실을 버틸 수 있다. 나무는 다르다. 나무는 시간을 품고 강을 품고 하늘을 품는다. 나무는 저마다의 진지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운명을 버티고 있다.   



2016년 가을..

노란 장소 2016.11.14 01:14



조바심이 나를 삼켰다. 나는 뭉뚱그려져 의미없이 구르다 조금씩 작아져 간다. 

현재에 충실하려면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려야 한다.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나에게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간신히 멈춰 섰더니 가을이 한창이다.   








어제는 저자회의 때문에 근사한 노을을 놓쳤다. 화장실 갔다가 창밖 건물 사이로 보이는 붉은 하늘을 보고, 당장 달려나가고 싶어 근질근질했는데, 결국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넘쳐나는 하늘 사진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쓰리던지. 그래서 오늘은 일찌감치 옥상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기다렸다가 시작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노을 감상을 했다. 


























오늘도 하늘만 나에게 말을 건다..

아주 잠깐 사람 자체가 싫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다. 세상엔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다만 그 사람들이 내 주위에 없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들의 관심사 밖에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반대로 1분을 같이 있어도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고민 되는 사람들, 한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눠도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 하루를 같이 지내도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주위에 넘쳐 나는데, 물론 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꽉 막혀 있는 나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요즘 뚫려 있는 서쪽 하늘만 계속 바라보게 되는 것은 요즘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적절한 얘기를 건네주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딱히 유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핸드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보다는 훨씬 괜찮은 선택이다.        






비가 와도 해는 진다..

해 떠 있을 때 비 오는 경우는 몇 번 봤는데, 비 오는 중에 노을 지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그러니까 비가 와도 비가 오지 않을 때랑 똑같이 해가 지는데, 보이지 않을 뿐인 거다. 오늘 하늘은 나에게 그 사실을 들켰다.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잠수대교 남단에서 내렸다. 하늘 좀 보다가 다시 버스 타고 집에 올 생각이었는데, 괜히 터벅터벅 걷기 시작해서 급기야 마포대교까지 왔다. 출발 지점부터 본의 아니게 함께 걸은 양산 쓴 아주머니를 한강대교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은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흘렀고, 세상은 오랜만에 충분히 선명했다

걷다 보면 자질구레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제법 오랫동안 생각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삐그덕거리며 움직이게 되고, 넘쳐나는 칼로리들이 소모되며, 무엇보다 핸드폰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더구나 한강에는 공짜로 걷기 미안해질 정도의 품질 좋은 길이 마련되어 있다. 도대체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잠수대교 북단에서 마포대교까지 내내 앞에 있었던 아주머니.. 한 손엔 양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엔 꽤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었는데,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운동 삼아 걷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혹시 요정? 마녀?   









전망 하나 보고 집을 구했는데, 정작 옥상에 나갈 여유가 없다.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옷장 맨 아래 서랍에서 구겨진 날개를 꺼내 옥상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겨드랑이 아래쪽에 다시 붙여보려고 애를 쓰지만, 체중이 불어서 그런지 잘 붙지 않는다. 


날개가 제대로 붙어야 밤하늘을 날카롭게 가르며 제비처럼 날아오를 텐데. 

그래야 걸어서는 차마 가기 힘든 "소금빌라"에 가볼 수 있을 텐데. 

음침한 언덕 위에 피어 있는 그 빌라 주차장에는 말라비틀어진 심장 하나가 먼지처럼 굴러다니고, 

수챗구멍 어딘가엔 백만 년 전에 흘린 영혼 몇 방울이 무심히 고여 있을 텐데. 

날개가 제대로 붙어야 잃어버린 심장과 영혼을 회수해 올 텐데. 


옥상 귀퉁이에 앉아 밤이 깊도록 구겨진 날개와 씨름하지만 피둥피둥한 내 겨드랑이엔 날개를 붙일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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