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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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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을 수 있겠니? 난 여기 이렇게 숨어 있을 거야. 제 아무리 너라도 이 중에서 날 찾아내진 못하겠지. 난 그냥 평범한 우산처럼 보일 테니까.
강화도 해질 무렵, 조금 먼 곳을 바라보는 시간...
또 봄, 딱히 기다리진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좋다. 음악 틀어 놓고 멍하니 앉아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내가 타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져서 멀미가 났다. 그리 싱싱한 상태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비교적 선명한 내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해 왔는데, 최근 들어 그 자신감을 잃고 있다. 원인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두리번거릴 여유조차 없이 바짝 긴장한 최근 상태 때문인 거 같다. 부디 릴랙스...
움직이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 눈 덮인 덕유산에서 찍어 오신 새로운 사진들이 아버지 블로그에 올라왔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환상적인 풍경에 오랜만에 사진 찍고 싶은 열망이 끓어 오르는데 추워서 나가기는 싫고, 만사가 귀찮은 마음에 책상 위에서 비교적 이쁘게 생긴 녀석들을 골라 이러저리 세워놓고 촬영.... 아무래도 비교되긴 한다.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의 시작 지금까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고 있는 줄 알았던 벽이 사실은 비와 바람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음. 이것이 2012년의 소소한 성과.. 그것도 모르고 미련스럽게 박차고 나왔으니 이제 올해의 목표는 지치지 않는 것, 내년의 목표도 내후년의 목표도 지치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살아남는 것..
꽃은 공중에 떠서 피지 않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건 싫고 이건 불편하다고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으면서 까마득히 멀리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치 않은 뽀샤시한 꿈만 고개를 잔뜩 꺾고 올려다 보고 있는 중인 것 같아. 거기가 정말 원하는 곳인지,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지금 당장 옆구리를 찌르는 하찮은 욕구에도 툭툭 꺾여 가면서 괜히 아까운 시간만 축내고 있잖아. 젠장!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푸석푸석한 흙속에 파고들어 나에게 필요한 습기와 양분을 찾는 것부터...
벗어나려면 멀리 가야지
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 교신 시도 중... 이제 그만 뜸들이고 오란 말이야!
모기의 최후... 2012년 11월 10일 새벽 2시 54분.. 사망 죽기 직전 내 종아리와 왼쪽 귀 뒤에서 양껏 피를 빨아드셨으며, 뒤늦게 눈치 채고 불을 켰을 때 침대 옆 벽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음.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감전에 의한 쇼크이며, 사망 후 두 차례의 전기 세례를추가로 받아 노가리 타는 냄새를 풍겼음. 비록 피를 나눈 사이지만 이 죽음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음. 다만 추워지면 모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상념에 잠시 빠짐. 설마 강남에 가는 건 아닐 테고.. 어딘가 음습한 곳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여름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걸까? 아니면 알의 상태로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걸까? 검색을 해 볼까 망설이다가 알아봤자 큰 도움될 일 없을 것 같아 과감하게 호기심을 접음. 11월인데.. 지..
파주... 하늘 색이 살짝 변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여기 서 있었다.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하늘이 가장 잘 보일 장소를 찾아 뛰어 다녔고, 결국 찾아낸 곳이 여기이다. 해가 저물고.. 하늘이 짙어지고.. 멀리 붉은색 띠가 형성되는 과정을 한 시간 넘게 지켜 보았다. 이 과정이 새삼스럽게 놀라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걸 보면.. 난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음에는 어디 서 있어야 할까? 정해진 순서에 따르지 않고, 매 순간 기대를 하며 살아가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만하다.
양평 자전거 도로.. 예전엔 기찻길이었는데, 어느새 자전거 도로로 바뀌었다. 그래도 왕년 가닥이 남아 곧고 아득하다. 옆구리에 남한강도 끼고...이길로 충주댐까지 간다는데, 살짝 두근거릴 정도로 근사하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 구간 그거 알아? 요즘 실내에 있는 건 죄악이야. 거짓말 같으면 당장 나가서 주위를 둘러봐. 주인 없는 가을이 둥둥 떠다닌다고..
커피를 다 마셨으면... 나가야지! 내 입술에 뭔가 문제가 있나? 나이 들어서 그런건가? 근데 이 느낌은 뭐지? 뭔가 아련하고.. 살짝 슬퍼지네. 바닥에 도착하든 도착하지 못한 채 말라붙든 다들 착하게 흘러내렸구나. 잔뜩 얽혀있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가는 형상 때문에 짠해지는 걸까... 그건 그렇고, 이 잔에 리필해달라고 하면 욕 먹겠지?
백수 일기... 첫째날 보름 간의 휴가는 끝났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백수이다. 말하자면 이제 어떤 직장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법적으로 순결한 백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전혀 준비된 게 없다. 이런 상태가 당연히 두려워야 마땅한데, 무슨 속셈인지 전혀 떨리지가 않는다. 어쩌면 난 날아오르기보다는 진짜 바닥을 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단지 목표는 자유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행복할 예정이다. 이런 용기는 이십대 때 휘날렸어야 했는데...
지치지도 않고... 느껴지시나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열어주시면 고맙겠지만, 열어주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너무 심하게 부서지지는 말기를...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고, 바닥에 도착하면... 바닥에 도착하는 거고, 구르면... 구르는 거고, 부서지면... 부서지는 거다. 그렇게 뭐든... 인정하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