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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하고 방향감각이 병적으로 떨어지며 길의 차이를 주의 깊게 살피려는 의지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방금 갔던 길이라도 돌아서면 분간을 못할 정도로 조잡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길치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길을 잃은 적이 많고, 경찰서에 들어가 우리 엄마 찾아달라고 울부짖는 등의 에피소드도 꽤 가지고 있다. 커서도 어딘가를 혼자 찾아가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고, 길을 못찾아 헤매다 약속 시간에 늦어 낭패를 겪은 일은 부지기수였다. 지금은 네비게이션이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있어서 별 지장없이 사회생활은 하고 있지만, 잠시만 긴장을 늦추면 어느 순간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가늠을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리곤 한다.


이런 장애를 안고 살아오면서 얻은 교훈은..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경우에는 일단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막무가내로 전진하다 보면 목적지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잘못 들어선 길을 되짚어 오는 것은 모르는 길을 헤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결국은 지쳐 주저앉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즉시 멈춰서 주위를 찬찬히 둘러 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든지 지도를 확인해서 방향을 바로 잡은 후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 나는 멈춰 서야 할 때이다. 어느 순간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계속 가는 것은 분명 뼈아픈 후회를 가져올 것이다. "이건 아니잖아."를 입에 달고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걸음을 멈추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의 좌표와 가야 할 곳의 좌표부터 확인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