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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뷰

방전됐을 때 충전하기 좋은 단골 카페...



카페는 집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단점은 모두 치운 공간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근사한 분위기의 카페는 집보다 더 나은 휴식과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카페에서 수많은 예술작품이 태어났고, 세상을 바꾼 철학과 문학이 태동하기도 했다. 볼테르, 빅토르 위고, 벤자민 프랭클린, 카뮈, 사르트르, 보부아르, 에디트 피아프, 헤밍웨이, 피카소, 고흐, 모네, 몬드리안, 레이, 앙드레 말로, 생텍쥐페리, 발자크, 조르주 상드... 이 쟁쟁한 인물들이 르 프로코프, 카페 레뒤마고, 카페 플로르 등 파리의 작은 카페에 모여 앉아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성장했다는 사실만 봐도 인류 문화에 카페라는 공간이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천재도 비범한 예술가도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런 공간의 덕을 보고 있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 근방에 있는 빅바나나라는 카페.. 집에서 가까운 데다가 퇴근길목에 박혀 있어 자주 들르게 되는 곳이다. 현실의 때가 꼬질꼬질 낀 채로 잔뜩 주눅들어 퇴근하다 문득 이 반지하 공간에 숨어들어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파워게이지가 슬금슬금 상승하는 게 느껴진다.   


주인장의 취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자질구레한 소품들.. 의자와 테이블조차 각각 다 다른 모양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커피 맛도 적당하고 음악도 적당하고 심지어 공기의 무게까지 적당하다. 손님에게 관심없는 듯 방치하다가도 은근슬쩍 친절을 흘리는 주인 아저씨의 매너도 매우 적당하다.   


여럿이 떠들기보다는 혼자 앉아 조용히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하기 좋은 곳. 이런 곳이 집 옆에 있어서참 다행이라는..  


평소 시키는 메뉴는 "오늘의 핸드 드립".. 따뜻한 걸 시키면 아이스를 맛보기로 서비스해 준다. 내가 갔을 때는 매번 케냐 AA가 나왔는데.. 다른 것도 나오나?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만 시키는 퐁당 쇼콜라. 맘 같아선 매일 아침 대용으로 하나씩 먹고 싶지만, 너무 자극적인 단맛이어서 자제하고 있다. 시킬 때마다 이번에는 꼭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데, 나오자마자 퍼먹느라 바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항상 이렇게 빈 잔이다.  


에스프레소 마티니.. 이건 정말 비장의 카드. 기획전략회의가 있던 날 뒷목 잡고 퇴근하다 처음으로 빼들었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 


그리고 미소 짓게 만드는 손길들...


전에는 이런 카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요즘은 이런 편안한 공간에서 최대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사는 게 꿈이다. 집 옆에 고즈넉한 산책로, 맛있는 국수 전문점, 그리고 향기로운 카페만 있다면 꽤 충만한 삶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