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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장소

옥탑방에 밤은 깊어...

전망 하나 보고 집을 구했는데, 정작 옥상에 나갈 여유가 없다.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옷장 맨 아래 서랍에서 구겨진 날개를 꺼내 옥상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겨드랑이 아래쪽에 다시 붙여보려고 애를 쓰지만, 체중이 불어서 그런지 잘 붙지 않는다. 


날개가 제대로 붙어야 밤하늘을 날카롭게 가르며 제비처럼 날아오를 텐데. 

그래야 걸어서는 차마 가기 힘든 "소금빌라"에 가볼 수 있을 텐데. 

음침한 언덕 위에 피어 있는 그 빌라 주차장에는 말라비틀어진 심장 하나가 먼지처럼 굴러다니고, 

수챗구멍 어딘가엔 백만 년 전에 흘린 영혼 몇 방울이 무심히 고여 있을 텐데. 

날개가 제대로 붙어야 잃어버린 심장과 영혼을 회수해 올 텐데. 


옥상 귀퉁이에 앉아 밤이 깊도록 구겨진 날개와 씨름하지만 피둥피둥한 내 겨드랑이엔 날개를 붙일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