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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잠수대교 남단에서 내렸다. 하늘 좀 보다가 다시 버스 타고 집에 올 생각이었는데, 괜히 터벅터벅 걷기 시작해서 급기야 마포대교까지 왔다. 출발 지점부터 본의 아니게 함께 걸은 양산 쓴 아주머니를 한강대교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은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흘렀고, 세상은 오랜만에 충분히 선명했다
걷다 보면 자질구레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제법 오랫동안 생각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삐그덕거리며 움직이게 되고, 넘쳐나는 칼로리들이 소모되며, 무엇보다 핸드폰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더구나 한강에는 공짜로 걷기 미안해질 정도의 품질 좋은 길이 마련되어 있다. 도대체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잠수대교 북단에서 마포대교까지 내내 앞에 있었던 아주머니.. 한 손엔 양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엔 꽤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었는데,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운동 삼아 걷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혹시 요정? 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