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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뷰

만족 오향족발, 1시간을 기다려 먹을 가치가 있을까...

회사에서 나와 택시 타고 8시 10분 시청역 8번 출구 도착.. 정관장 골목으로 들어서니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입구에서 68번이 적힌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기 시작.. 현재 번호 48번.. 우리 뒤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고기가 떨어졌다며 번호표를 발급하지 않는다. 몇몇 팀이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걸 보며 우왕~ 운이 좋았네.. 희희낙락 기다리기 시작.. 근데 금요일이라 술 마시는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문가에 앉은 커플은 먹여주고 닦아주고 아주 생쑈를 한다. 배고파 죽겠는데 고기만 대충 먹고 나오지 어디 족발집에서 연애질이야!! 30분 지나고 나서부터는 오기가 생겨서 기다렸다. 번호표 차례가 됐는데 들어가지 않고 3번 이상 지나가면 번호표를 새로 뽑아야 된단다. 딴 데 가 있을 수도 없다는 얘기.. 9시 5분.. 기다린지 55분만에 드디어 68번 호출.. 휘청거리며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그래도 자리에 앉자마자 지루했던 기다림의 시련은 금방 잊어버린다. 배고프면 사람은 단순해지나 보다. 드디어 들어와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택받은 인간같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이런 인간의 단순함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 히히 족발 먹으러 들어와서 별~ 


족발은 중자와 대자가 있는데, 중자는 25000원 대자는 30000원.. 사람이 네 명이라 중자 두 개를 시킬까 대자를 시킬까 망설이는데 아줌마가 특대가 있댄다. 가격은 45000원... 그 정도면 되겠지 싶어서 시켰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았다. 덕분에 남은 족발을 싸간 조과장네 강아지만 포식했다는.. 족발의 맛에 대해 얘기하자면.. 고기냄새 별로 안 나고.. 껍질 쫀득하고 고기 부드럽고.. 음... 맛있다!! 게다가 독특한 향기가 입안에 감도는 게 뭔가 비전의 소스가 있나 보다. 양배추를 썰어 식초 비슷한 국물에 말아 고기와 같이 먹는 것도 특이했다. 족발 나오기 전에 서비스로 내오는 만두국도 괜찮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오래 끓이면 만두국만으로도 만족할 정도.. 하긴 이 가게 이름인 만족이 만두와 족발의 줄임말이라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시대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찌됐건 만족할 만한 일이다. 사는 게 좀 힘들다고 너무 툴툴거리지 말자는 얘기..


자, 그렇다면 과연 1시간을 기다렸다 먹을 가치가 있는 걸까? ..... 한 번은 그렇다. 먹어보지 않으면 맛을 알 수 없으니까.. 근데.. 한 번 먹어 봤다면... 그 다음부터는 기다렸다 먹으면 바보다. 세상에 어떤 음식이 나에게 주어진 1시간보다 가치 있을 수 있겠냔 말이다.. 택시 타고 집에 오는데, 1시간 기다렸다 족발 먹고 오는 길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사 아저씨.. 바보 아니냐고.. 1시간 기다렸다 먹으면 어떤 족발이라도 맛있을 거라고.. ㅎㅎ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