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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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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1 떠돌다 지쳤을 때 뚝 떨어져 오래 머물고 싶은 곳.. 통영 딱히 바쁜 일도 없었는데 여름 휴가 시즌을 놓쳤다. 뒤늦게 좀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지난 달이었는데, 또 한참 밍기적거리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통영 여행을 계획했다. 통영은 처음인데, 그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다양한 정보들이 버무려져 머릿속에 나름 근사한 가상의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과 하얀 칠을 한 목재 주택, 세상의 끝인 듯 검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날카로운 눈매의 새 한 마리가 바다쪽을 일별하고 있는 풍경..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시간 운전 끝에 도착한 통영의 첫인상은 둥글둥글하다.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이지 않고, 흔하지 않지만 낯설지 않다. 실루엣은 완만하고 선명하지 않아 가지고 있는 ..
동경_140705-3 나리따 신쇼지 뒤편에 있는 공원..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다. 3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정원으로 수백 그루의 매화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가 연못 주변에 정교하게 심어져 있어 계절별 자연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한국식 정원의 특징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조화의 아름다움, 일본식 정원의 특징은 정교하게 계산된 인공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들었는데, 이 산책로는 자연과 인공의 딱 중간지점에 있는 것 같다. 아주 섬세한 손길로 수없이 매만져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의뭉을 떤다고나 할까. 절 밖에는 혼이 빠질 만큼 떠들썩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뒤뜰은 무려 이 지경이다. 이런 반전이 마음에 든다.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안쓰러울 정도로 종종거렸던 ..
동경_140705-2 나리타산 신쇼지(成田山新勝寺) : 나리타 공항에서 전철로 10여 분 걸리는 곳에 위치한 불교 사원.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절에는 에도시대에 세워진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개는 일본의 중요문화재란다. 첫번째 중요문화재인 니오몬.. 절의 입구이다. 1831년에 재건했으며 좌우에는 밀적금강과 나라연금강이 봉안되어 있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입을 닦아내는 의식.. 먹는 물 아님! 1968년에 건립된 대본당.. 호마기도를 하는 중심도장이다. 호마는 본존인 부도명왕에게 기도하는 진언밀교의 비법이다. 공양물을 바친 신도를 위해 호마기라고 하는 나무장작을 태우는데, 호마의 불은 부동명왕의 지혜를 상징하고 나무장작은 번뇌를 상징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행하는 호마..
동경_140705-1 오늘 일정은 1. 이온몰이라는 거대 쇼핑몰에서 선물을 사고 2.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후 3. 근처 절에 들러 산책 좀 하다가 4. 나리타 공항으로 가서 귀국하는 거라고 들었다. 얼핏 듣기에는 꽤 널널하게 짜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결코 만만치 않다. 먼저 2013년 일본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라는 이온몰은 그 규모가 정말 어마무시하다. 대충 둘러보는 데에만 반나절은 걸릴 것 같은 곳에서 최소 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구입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한 시간..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러닝맨 미션 수행하듯 뛰어다녔지만, 결국 문구 코너 하나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물론 사진을 찍을 여유 따위도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
동경_140704-3 하루 일정을 마치고 피곤에 쩔어 호텔에 도착... 잠깐 쉬었다가 저녁을 해결하려고 밖에 나왔는데, 뭘 먹어야 할지 막막하다. 호텔 식당에서 대충 때울까 하다가 이왕이면 여행자 느낌을 내보고 싶어 이케부쿠로를 샅샅이 헤집고 다녔다. 라면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패스트푸드는 안 땡기고, 진짜 먹고 싶은 건 스시나 초밥이지만 들은 얘기가 많아 참기로 했다. 결국 수십 개의 음식점을 기웃거린 끝에 쭈볏거리고 들어간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담 없는 까르보나라를 시키려다가 옆자리 커플이 먹고 있는 스테이크에 필이 꽂혔다. 수십 장에 달하는 메뉴판에서 간신히 스테이크라고 써 있는 메뉴를 찾아 고르긴 했는데.. 현빈을 약간 불려놓은 듯한 얼굴의 웨이터 녀석은 뭐 하나 대충 넘어가는 게 없다. 그냥 알아서 갖다주면 좋으련..
동경_140704-2 아무래도 계획에 없던 여행이라 정처가 없다. 동경대에서 나와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가까운 나가타초 역에 내렸는데, 여긴 일본의 입법, 사법, 행정의 중심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여긴 참의원.. 일본 국회를 구성하는 양원 중 하나로 상원에 해당한다. 들어가 볼까 기웃기웃 하다가 절차가 복잡해 보여서 포기.. 여긴 국회도서관..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잠시 피신.. 방사능이 무서워 빗방울 하나 튀는 것도 질겁을 하게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다들 우산도 없이 다닌다. 진짜 괜찮은 걸까? 다행스럽게도 쏟아지지 않고 흐지부지 멈춰 서둘러 지하철 역 찾아 이동.. 여긴.. 일본 천황이 산다는 궁, 해자가 둘러싸고 있고 건너편도 나무와 성으로 가로막혀 있어 안은 어..
동경_140704-1 오늘은 공식 일정 없이 자유여행.. 컨디션이 안 좋은 정차장님은 가이드가 마련한 코스를 따라갔고, 나는 비행기 탈 때부터 마음 먹었던 동경대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혼자 출발.. 맘 같아선 그냥 호텔방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싶구만... 동경대학교에 가려면 도다이마에(동대앞)역에 가야 한다. 이케부쿠로역에서 마루노우치선을 타고 세 정거장 지나 가스가역에서 내려 난보쿠선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 참 간단한데.. 한 시간 넘게 헤맸다. 하긴 서울에서도 10분이면 도착할 목적지를 1시간 넘게 걸려 도착하는 게 예사인 병적인 길치니까 이 정도면 양호한 거라 할 수 있다. 겨우겨우 도착한 동경대학교.. 수위실이 고풍스럽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발전시키는 게 주임무인 대학교가..
동경_140703-4 각각 따로 하루 일정을 보낸 일행들과 만나 저녁을 먹기 위해 신주쿠역에 도착. 저쪽에 보이는 게 다카시마야 타임스 스퀘어.. 도큐핸즈라는 재밌는 쇼핑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적대다가 약속시간에 늦을 뻔 했다. 약속 장소는 키노쿠니아 서점.. 꽤 큰 서점인데, 1층 만화 매장 말고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동병상련... 신주쿠에 있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야경을 보러 롯폰기힐스 모리타워에 가려고 했는데.. 밥 먹다 우리 얘기를 들은 모 출판사 대표님께서 야경을 볼 거면 동경도청으로 가라고 추천해 주심.. 모리타워 전망대는 입장료가 1500엔, 동경도청 전망대는 무료라는 말에 바로 행선지 변경.. 게다가 동경도청은 신주쿠에 있단다. 택시 타고 바로 이동~ 동경도청 전망대에서 본 동경은 생각보..
동경_140703-3 시부야 역에서 한 정거장 내려가면 에비스역.. 에비스맥주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주류 중에서 맥주를 제일 좋아라 하지만.. 박물관까지 찾아다닐 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잔뜩 뻐기는 듯한 이 분위기는... 영~ 맥주스럽지 않다. 맥주는 부담 없는 친구같은 술이거든. 힘든 하루 끝에 찾게 되는... 대충 심드렁하니 박물관을 살펴보고.. 샘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살롱에 안착.. 점심 먹을 때도 맥주 한 잔 했는데.. 망설이다 세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패키지 선택.. 안주는 차가운 오뎅.. 맛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그냥 맛있다!! 밖은 아직 밝을 텐데.. 6시까지 신주꾸로 가서 일행과 합류해야 되는데.. 일본 도처에는 방사능이 우글우글하다는데.. 맥주를 홀짝거리다 보니 아무 생각 없..
동경_140703-2 다시 하라주꾸.. 이 동네는 지나다니는 사람들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 총각은 자전거 타고 출근할 때 이런 패션을 구사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몰래 찍었는데... 그래, 일단 다이어트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라주꾸에서 오모테산도 가는 길에는 온갖 명품 브랜드들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매장 디스플레이와 세계적인 감각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싶은데, 정차장님 눈치가 보여서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난 명품을 구입하고 싶은 욕망은 정말 털끝 만큼도 없는데 구경하는 건 정말 좋아라 한다. 생긴 건 정말 컨트리틱한데.. 참 안 어울리는 취미지. 앗, 길게 늘어선 줄 발견.. 뭐지? 팬사인회? 유명 레스토랑? 한정판 신상백 할인판매? 뜬금없게도 팝콘 판매하는 곳이다. 오모테산도 ..
동경_140703-1 어젠 늦게 들어와서 잘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가 꽤 괜찮다. 제공되는 아침식사도 마음에 들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화점하고 대형 서점이 근처에 있어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심지어 교통도 좋다. 원래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스케쥴은 오전에 도서전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오후에 서점에 들르는 거였는데, 어제 경험한 바로는 도서전을 하루 더 보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일행인 정차장님과 함께 동경 시내를 돌아보기로 결정.. 이제부턴 가이드 없이 돌아다녀야 하니까 먼저 동경 지하철 노선도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티켓 발매기 위에 있는 노선도는 일부만 표시되어 있는 거고, 전체를 다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우에노, 도쿄, 신바시,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가 여러 노선이 ..
동경_140702-2 도서전 보고 난 후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저녁 먹으러 이동... 아직까지는 여기가 일본인지 여의도 어디쯤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해 저무는 레인보우 브릿지.. 사실 도쿄는 서울보다는 부산 느낌이 많이 난다. 여기는 해운대 근처와 비슷한 느낌. 일본에서 먹은 첫 식사는 스키야키..얇게 저민 고기를 야채 두부 등과 함께 익힌 후 날계란에 찍어 먹는 요리.. 서울에서 먹을 때는 꽤나 고급요리로 여겨졌는데, 여기서는 동네 식당에서 김치찌개 먹는 느낌이다.맛이 없는 건 아닌데, 딱히 맛있다고도 할 수 없는..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니 비로소 외국에 나와 있다는 실감이 든다. 근데 오래 전에 방문했을 때의 일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비정상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시내 전..
동경_140702-1 6월 17일, 동경도서전에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언질 받음.. 6월 20일, 서울국제도서전 참관.. 6월 26일, 일정표와 방배정표 공유.. 7월 1일, 출장비 수령.. 7월 2일, AM 8:00 인천국제공항 집결 그리고 AM 10:10 출발(KE703).. 그렇게 얼떨결에 동경도서전 출장이 시작되었다. 해외 도서전은 처음이라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차분하게 인터넷 검색조차 해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대강의 스케쥴도 파악이 어려웠다. 3일 내내 봐야 할 만큼 큰 도서전일까? 얼마나 많은 책들을 만나게 될까?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정보가 밀려들면 어쩌지? 노트북, 카메라, 핸드폰 배터리는 부족하지 않을까? 원래 비행기만 타면 심장이 1.25배 속도로 뛰기 시작하는데, 이런 저런 상념으로 잠도 오지..
날진 못해도 구를 순 있어 날씨가 좋다. 컨디션도 가까스로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오랜만에 구르기 시작.. 쉬지 않고 구르다 보니 어느새 반포대교.. 문제의 세빛둥둥섬이 보인다. 궁금하던 차라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둘러보았다. 돈이 많이 들었다는 건.. 그렇다고 치자. 이대로 방치되고 있는 건 정말 욕먹어도 싼 심각한 문제이다. 오지랖 넓은 내 머리는 오늘의 일정을 제쳐두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느라 부산해진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돈 많은 이들에게 돈 많이 받고 대여해 줘서 파티를 하든 패션쇼를 하든 맘껏 써먹으라고 하고, 거기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주말에는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 한쪽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들이 걸리고, 다..
자전거는 삐걱, 허벅지는 삐그덕 정말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오죽하면 자전거 둔 곳을 찾지 못해 지하 1, 2, 3층을 헤매고 돌아다녔을까.. 오늘의 목표는 하트 코스... 한강, 안양천, 양재천을 연결하는 찌그러진 하트 모양의 자전거 코스이다. 코스만 65km에 달하고, 집에서 한강까지 나가는 거리를 더하면 70km가 훌쩍 넘는 만만찮은 거리이다. 그런데도 사전 정보 없이 씩씩하게 출발한 무식한 중년남.. 쯥... 정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안양천에 접어들기 위해 성산대교를 넘는 중.. 시작은 호쾌했다. 바람은 상쾌하고.. 길도 수월한 편이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까짓.... 나중 일은 닥친 다음에 생각하자는... 덕분에 해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안양천 구일역 근방에서 일행인 강대리를 만나 본격적으로..
뉴욕 여행기 17 [귀국] 갈 때와 다르게 올 때는 싱거울 정도로 무덤덤하게... 나리타 거쳐서 귀국. 내일부터는 바로 출근.. 일상 복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