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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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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기 10 [교회 가는 길] 일요일 오전.. 상쾌한 비가 내린다. 느지막히 일어나 침대 위에서 비비적거리다가 바지 주머니에 지갑 하나만 달랑 넣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께서 교회에 꼭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얼마 전에 봐 두었던 타임스퀘어 교회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시외 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들어와 하느작거리며 타임스 스퀘어를 향해 걸었다. 이 길은 구석구석 얼마나 뒤지고 다녔는지.. 이젠 신촌이나 홍대 거리만큼 익숙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여행 책자도 없으니 하나하나 여유있게 살피면서 기억 속에 담아야지. 남들이 짜놓은 동선 따라 다니며 주입식 정보를 끼워 맞추는 틀에 박힌 여행보다는 이런 가벼운 발걸음이 좋잖아. 지난 번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조형물들도 차분히 기웃거리고... 근데 이건 패션센터를 상징하는 ..
뉴욕 여행기 09-3 [첼시] 소호를 돌아보는 일정이 의외로 싱겁게 끝나서... 지하철 타고 첼시로 이동..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극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취재 중인 사람들, 지나치는 사람들..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옆에서 누가 뭘 하든 관심 없고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는.. 좋게 말해 쿨한 사람들.. 첼시 인구의 30%는 게이.. 첼시에 사는 패션 감각 뛰어나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부유한 여피 스타일의 백인 게이를 첼시 퀸이라고 부른단다. 선입견 때문인지 남자들끼리 다니는 사람들은 다 연인으로 보인다. 첼시 호텔.. 오 헨리, 유진 오닐, 마크 트웨인, 아서 밀러, 앤디 워홀, 지미 핸드릭스 같은 예술가들이 장기 투숙했다는 호텔.. 유명한 사람들이 거쳐갔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
뉴욕 여행기 09-2 [차이나타운] 소호에서 넋 놓고 걷다 보니.. 갑자기 거리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동양풍의 건물,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한자, 떠들썩한 시장 분위기.. 여긴.. 차이나타운이네.. 어쩌다 여길 오게 됐지? 아무리 지도를 들여다 봐도 내가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참을 헤맸다. 그 와중에 발견한 중국 음식점.. 메뉴 다섯 개에 4달러 50센트!! ㅋㅋ 좋군.. 그렇지 않아도 배 고프던 참인데.. 부페처럼 차려진 음식들 중에서 다섯 개를 고르면 대기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퍼 주는 시스템.. 생긴 건 볼품 없어도 제법 맛있다. 뉴욕에 와서 혼자 먹은 식사 중 가격은 제일 싸지만.. 만족도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
뉴욕 여행기 09-1 [소호] 아침 일찍 눈이 반짝 떠졌다. 어젯밤엔 잠도 안 설치고 곤하게 잤다. 덕분에 몸이 가뿐... 창밖을 보니 날씨도 죽인다. "오늘은 소호에 가야겠구만!" 소호는 날씨 좋고 컨디션 좋은 날 가려고 미뤄 뒀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고나 할까.. 뭔가 예술적이고 톡톡 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오늘도 버스 타고 뉴저지를 빠져나와 지하철 타고 목적지에 도착... 대중교통에 익숙해지니까 어딜 가든 마음이 편하다. 뉴욕 어딜 가든 널린 게 공원.. 여기도 역시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자 마자 소호 스퀘어가 반긴다. 벤치에 앉아 잠깐 지도 확인.. 역에서 가까운 소방 박물관... 첫 방문지라 웬만하면 관람을 하려고 했는데.. 입구에 있는 소를 보고 그냥 돌아섰다. - - ;;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 것..
뉴욕 여행기 08 [생략] 얼마나 멍청하게 살았는지.. 두리번거리지 않으면서부터 굳어버린 것 같아. 지나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고, 감동 받아야 할 순간에 한숨만 쉬고 살았으니.. 떠나오길 잘 했어. 돌아갈 땐 돌아가더라도... 이제 충분히 말랑말랑해진 것 같아. 그래... 이 정도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뉴욕 여행기 07-5 [브루클린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 1867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883년에 완공한 최초의 현수교.. 뉴욕 시청에서 집에 가려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다가.. 다리를 건너는 입구가 눈에 띄어 또 걷기 시작.. 공사 기간 동안 2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설계자였던 존 A. 로블링은 공사 감독을 하다 파상풍으로 사망하였으며, 대를 이어 공사를 감독하던 아들도 기압차로 인한 신체 변화로 전신이 마비되는 불행을 당했다. 결국 그의 아내 에밀리가 남편의 지시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마무리하였으며, 완공 후 처음으로 다리를 건너는 영광도 그녀가 누렸다고 한다. 해가 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다리 아픈지도 모르고 다리 위를 헤매다가.. 밤 늦게 지하철 타면 안된다는 가이드북의 경고가 생각 나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돌아나..
뉴욕 여행기 07-4 [그라운드 제로] 그라운드 제로 지역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세인트 폴 채플.. 1766년에 세워진 교회로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식 예배가 치뤄진 곳... 911 테러 현장과 매우 가까운 곳인데도 다행이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911 테러가 발생한 후 8개월 동안 구조와 복구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들의 거처와 휴식 공간으로 사용됨.. 지금도 교회 내부에는 당시 희생자들의 유품이나 격려의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음.. 이념과 종교를 넘어 마음이 아프다. 이 거대한 상처를 10년 가까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 곪지 않은 게 신기하다. 2001년 9월 11일.. 끔찍한 테러가 벌어졌던 공간.. 지금은 공사중... 곧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테지.. 사람들의 마음에 생긴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 갈 테고..
뉴욕 여행기 07-3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19세기에는 뉴욕의 관문이라 불리던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지금은 이곳에서 유람선과 워터 택시를 탈 수 있다. 1911년에 건조된 페킹 호.. 왕년에는 한가닥 했을 날렵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항구에 묶여 관광객들만 기다리는 신세.. 1908년에 건조된 암브로스호.. 빨간 선체에 노란 돛대가 인상적이다. 바다에 떠 있는 걸 보면 더 좋았을 텐데.. 이스트 강 너머 저쪽은 브루클린.. 강 따라 내려가면 대서양... 대서양을 건너면 유럽과 아프리카.. 1883년에 개통한 브루클린 브리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현수교로 길이는 1,734미터.. 피어 17 파빌리온.. 옷과 악세사리를 파는 상점, 푸드코트와 분위기 있는 식당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 여기서 점식 식사를 해결... 시식 코너에..
뉴욕 여행기 07-2 [볼링 그린]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 엄청난 인디언 문화 유산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악어의 눈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비도 피할 겸 들어가서 잠깐 보고 나옴..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유물들과 함께 인디언 후손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음. 쾌적한 공간에 볼 것은 많고 관람객은 적고... 게다가 무료 관람...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 앞.. 18세기에 잔디밭이었던 이곳에서 볼링 게임이 많이 열렸다고 해서 볼링 그린이라고 불림.. 뉴욕의 주요 관광 명소를 운행하는 투어 버스.. 1일 티켓을 사면 구간 내에서는 횟수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음... 44달러! 좀 비싸지만 날씨 좋은 날 버스 2층에 올라 핵심 명소만 또박또박 챙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차징 불... 1987..
뉴욕 여행기 07-1 [로어 맨해튼] 지하철 타고 맨해튼 최남단에 있는 화이트홀 역까지 내려감. 아래에서부터 훑어 올라오면서 로어 맨해튼 지역을 둘러보는 게 오늘의 일정.. 근데 지하철역에서 올라오자마자 선착장이 눈에 띄어서 떠나기 직전인 배에 무조건 올라탐. 올라타고 나서야 이 배가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호라는 사실을 알게 됨. 스테이튼 아일랜드 섬에 사는 부호가 죽으면서 자신의 전재산을 기부해 누구나 이 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됨. 돈 참 제대로 썼구만.. 25분 동안 자유의 여신상을 포함한 뉴욕 남쪽의 아름다운 전경을 공짜로 볼 수 있어 스테이튼 아일랜드 주민 뿐만 아니라 알뜰한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라는... 자유의 여신상이 멀찌감치 보임. 본격적으로 보려면 최소 반나절은 걸리는 자유의 여신상 코스..
뉴욕 여행기 06 [우드베리 코먼 프리미엄 아웃렛] 오늘은 쇼핑을 하기로 작정한 날... 매형 차를 타고 뉴욕 외곽에 있는 우드베리 코먼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곳에 갔다. 얼핏 보기엔 분위기 좋은 팬션들이 모여 있는 휴양지 같지만 무려 220여 개의 유명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대규모 쇼핑 공간! 아침 일찍 갔는데도 차 세울 곳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근데 매장이 워낙 많다 보니까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어 한적한 느낌까지 든다. 즐겨 찾는 브랜드인 컬럼비아 매장에 들어가서 가격대를 대충 가늠해 봤다. 서울 매장보다 30~50%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 같다. 매형 말에 의하면 별도 이벤트를 하는 곳이 많아 부지런히 돌아 다니면 70~8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단, 신상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5번가로..
뉴욕 여행기 05-5 [착한 뉴요커] 뉴욕커에 대한 첫인상은.. 도도함. 냉정함..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여행자들과 구분된다. 신호등 앞에서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는 건 뉴요커가 아니다. 옆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호기심에 빛나는 눈으로 두리번 거리는 것도 뉴요커가 아니다. 그들은 목적이 분명하고.. 그 외의 일에는 가급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예의바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진다. 자기들끼리는 즐겁고 친근하지만 딱 그만큼이다. 웬만해서는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뉴욕에서 지낸 18일 동안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길을 찾느라 지도를 들척이고 있을 때 한 아저씨가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 가려고 하느냐.. 자기가 알려 주겠다....
뉴욕 여행기 05-4 [브로드웨이 뮤지컬] 간신히 시간에 맞춰서 타임스 스퀘어에 도착했다. 아침에 예약한 뮤지컬은 위키드.. 라이온킹은 나중에 조카들이랑 보기로 했고 오페라의 유령은 매형이 싸게 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혼자 보는 첫 뮤지컬은 결국 위키드로 낙점됐다. 타임스 스퀘어의 tkts에 가면 뮤지컬 티켓을 25%에서 50%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되는 건 기본이고, 좌석을 지정할 수 없으며, 현금으로만 구입이 가능하다. 또, 몇몇 인기 있는 뮤지컬 티켓은 구할 수 없다. 불행이도 위키드는 할인권을 구할 수 없었다. 위키드가 공연 중인 거슈인 극장... 아침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밖에서 한참 기다렸다. 타임스퀘어를 좀 헤매다 다시 가 보니.. 매표소 중 핝 곳에 불이 켜져 있고, 최소 ..
뉴욕 여행기 05-3 [오늘의 먹거리]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많이 주어 먹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제대로 된 식당에 들어가서 먹은 건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길거리 음식이나 햄버거, 그것도 테이크아웃.. 스타벅스 커피는 하루에 두 잔씩.. 줄기차게도 마셔댔다. 그래도 가끔 뉴욕에서도 소문난 유명한 먹거리는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경험이니까.. 여기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빵집.. 에이미스 브레드.. 가이드북에 의하면 첼시마켓과 9번가에 지점이 있으며, 총 200여 곳에 빵을 납품하는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란다. 내가 고른 메뉴는 프렌치 햄&치즈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 메뉴판만 보고 시켰다가 평범해 보이는 모습에 실망했는데.. 먹어보니 기대했던 거보다 훨씬 맛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빵집 같은데.. 어쩌다가..
뉴욕 여행기 05-2 [유니언스퀘어 & 그래머시] 그리니치 빌리지를 돌아보고, 아침에 예약해 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향해 출발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금방이겠지만, 이참에 유니언스퀘어와 그래머시 지역을 지나가면서라도 훑어 보기 위해 무작정 북쪽을 향해 걸었다. 유니언 스퀘어..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다. 마침 한쪽에 데모 중인 학생들이 있어서 경찰들까지 쫘악~ 깔렸다. 잔디밭엔 여느 공원처럼 햇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앉을 겨를도 없이 지나쳐 간다. 아무래도 뮤지컬 시작 시간이 걸린다. 여차하면 지하철을 타야지... 다짐하며 블록을 지날 때마다 시간을 체크한다. 유니언 스퀘어 맞은편에 보이는 뉴욕의 대표적인 공공미술... 메트로놈.. 크리스틴 존스 & 앤드루 긴젤이 1999년에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뉴욕의 에너지를..
뉴욕 여행기 05-1 [그리니치 빌리지] 귀차니즘의 발동.. 이러다가는 일 년 넘도록 뉴욕 여행기를 못 끝낼 거 같은 위기감..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훌훌 털어버리려고 여행을 떠났는데 갔다와서 포스팅하는데 너무 얽매이는 거 같아서 살짝 기분 나빠짐. 암튼 뭐 그래서 다섯 째 날부터는 그냥 대충 올리기로 마음 먹음. 이 날도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 버스에 오를 때까지 어디 갈지 결정하지 못함. 맨해튼에 도착해서 머뭇거리다 결국 그리니치 빌리지로 목적지를 결정.. 처음으로 지하철 이용.. 더럽고 냄새나고 복잡하고.. 왠지 당장이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것같은 으슥한 분위기인데.. 익숙해지면 나름 편안해지는 공간. 첫 날이라 세 번쯤 열차를 잘못 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감. 업타운 다운타운 개념만 알면 간단한 건데.. 역시 길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