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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12-1 [자연사박물관 - 뼈다귀]



아침부터 많이 지쳐 보이는 사람들.. 뉴욕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뉴욕에 여행 온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살아가는 자세의 문제인 것 같다. 눈을 반짝이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여행자의 자세로 살아갈 것!


오늘은 자연사박물관..


일단 제일 인기 있다는 공룡관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해서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 공룡 뼈들..
워낙 인간 외의 생물에는 관심이 없어서 이런 희귀한 컬렉션을 가까이에서 봐도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저런 녀석이 뒤를 쫓아오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다행스럽다는 생각.. 정도가 살짝 떠오르네.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라.. 전시물에는 집중이 안 되고... 이것들이 어떻게 여기 다 모였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커진다.


전 세계에서 이런 화석들을 발굴해서 미국으로 보냈을 과학자들의 활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말 탐욕스러운 것 같아. 다 자기네들이 가져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으.. 아무래도 영국이나 프랑스 박물관에는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거긴 여기보다 더할 텐데..   


자자.. 잡념을 떨쳐 버리고.. 이곳의 장점을 살펴보자.
세계 최대의 자연사 박물관답게 각 전시물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주는 방법도 인상적이다.
한눈에 들어오도록 잘 정리된 설명판은 기본이고..


예를 들어 이런 거대한 물고기 뼈는...


설명 옆에 커다랗게 그려 놓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고개를 들어 보면,


뼈다귀가 아니었던 시절의 물고기 모형을 볼 수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만약에 내가 선생님이라면..
지도서나 안내 책자 없이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동감 넘치는 아이디어가
고리타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박물관을 살아 있게 만들어 준다.


1억4천만 년 전의 스테고사우르스의 화석..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구멍을 뚫어 놓았다.
만져본 소감은.. 1억4천만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기에는 무리고... 
몇십 년 동안 이 화석을 만지고 지나갔을 관람객들의 손길은 확실히 느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드라마이다. 그냥 뼈만 달랑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철저한 연구와 창의적인 기획을 더해서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이 전시물을 보고 골이 띵해질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약육강식이나 먹이그물 정도를 떠올리며 자연의 순환 고리를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야 했는데.. 
그보다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이런 디스플레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다. 그냥 툭 던지듯 나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 하나의 전시물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을까..  


회랑에 있는 거대한 공룡 뼈.. 그래.. 어쩌면 탐욕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 후세를 위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고,
합리적이고 똑똑하고 돈 많은 이 사람들이 그걸 훌륭하게 잘 해냈다. 그 결과물이 미국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
배아파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들을 욕할 수는 없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