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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14-3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버스 터미널 옆에 있어서 매일 아침 여정의 시작이었던 브라이언트파크.. 그래, 너도 잘 있어라..
오늘따라 때깔이 좋네.. 매형 픽업을 기다리며 분위기 잡고 잠깐 앉아 있는데.. 고상하게 생긴 아주머니 한 분이 얘기를 건다.
순간 긴장... 근데 대충 얘기를 들어 보니.. 말하자면... 간단하게 얘기해서.. "도에 관심 있으세요?"....  


마침 도착한 매형 덕분에.. 차이나 타운에 있는 요가 센터 홍보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 아주머니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매형 차를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향해 이동...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래쪽에 있는 코리아 타운부터 들렀다.
한국 음식은 종류별로 없는 게 없고, 노래방, 사우나, 한의원 등등 우리나라의 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치과, 은행, 미용실, 여행사도 대부분 한국 교포가 운영하고,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위한 민박집도 많다.
호오~ 뉴욕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저녁 메뉴는... 감미옥 설렁탕. 이곳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란다.
한국 여행자들만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외국인들도 꽤 앉아 있다.


설렁탕 9달러 97센트,  빈대떡 12달러 60센트... 맛은... 한국에서 먹는 설렁탕 그대로!


자, 드디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진입... 로비부터 예사롭지 않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자부심이 느껴지는..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안내하시는 분들의 평균 연령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만큼의 연륜이 느껴지는 이 분들은 직원이라기보다는 빌딩의 일부같다.
기다리느라 지친 관람객들에게 여유 있게 농담을 건네며 안내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탑 오브 더 락에 비하면 관람객이 정말 많다.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기다려서야 겨우 엘리베이터 탑승..


이게 다 엘리베이터다. 이렇게 많은 엘리베이터가 쉴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해도.. 밀려드는 관람객들을 감당 못할 정도..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다. 정신이 몽롱해지도록 아름다운 야경.. 때마침 보름달에 오르내리는 비행기까지.


아... 이 모습이 아닌데.. 내 자동 카메라와 미천한 사진 실력으로 이 순간을 잡는 건 무리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 


이건 꿈일지도 모르니까. 시간이 지나면.. 내려가야 하고.. 조금씩 희미해지다가 어느 순간에는 잊혀질 거야.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 인생의 절정이라고 굳게 믿었던 시간들이..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하다. 지금.. 여기..


지금.. 여기.. 들이 모여 내가 된다.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 이 야경을 이룬 것처럼..


그러니까.... 조바심 내지 말 것.. 뒤돌아 보며 아쉬워 하지 말 것.. 내려갈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 것..     


가끔 꿈꾸듯 아련히 떠오를 때면.. 잠깐 멈춰 서서 멍하니 추억에 잠기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