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란 리뷰

노오란 노트북 구입기...


1. 결심
노트북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노트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노트북이 정말 필요했다면 마음 먹는 일 따위는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사면 그만이지. 노트북을 사려고 마음 먹은 것은 뭔가 몰입할 대상이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을 돌릴 대상.. 삶의 지리멸렬함을 잊을 만한 대상.. 헤드폰이나 엠피쓰리 플레이어 정도로는 부족했다. 좀 더 고려할 부분이 많은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대상이 필요했다.

2. 용도
노트북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노트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노트북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에게 노트북을 골라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물어 보는 것이 노트북의 용도이다. 그렇다. 용도를 알아야 사양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노트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는 무엇을 주로 하고 있나? 서핑? 쇼핑? 하찮다. 폼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노트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어야 한다. 쥐코딱지만한 용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노트북 정도를 사려면 먼저 나부터 설득해야 한다. 과연 몇 개월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참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일단 잠정적으로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책을 만드는 것을 주 용도로 하기로 결정했다. 책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고 하면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편집자라는 게. 그리 그럴싸한 직업이 아니다. 책을 만들어 내는 공장의 한 공정을 맡고 있는 단순직 정도로 보면 될까? 아, 이렇게 말하면 책을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진짜 편집자들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어중이떠중이 사이비 편집자라는 말이다. 그래. 인정하면 속 편하지.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정말 좋은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을 늘 가지고 있다. 흠.. 그렇군. 그쪽에 어필하면 좀 설득이 될 거 같다. 편집을 한지 10년이 넘은 주제에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이 뭔지도 모르는 또라이지만, 언젠가 내 컨텐츠로 보란듯이 내보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꾸고 있거든.. 감성에 호소를 하자고!

3. 고려 대상
책을 만드는 일에 활용하겠다고 마음을 정했으니, 선택의 폭이 좁혀진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이 있어야 하고, 사진과 그림도 취급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노트북이라도 원고를 대신 써 주진 않으니까.. 원고를 쓸 워드 프로그램 정도만 돌릴 수 있으면 그만이지. 별 거 있겠어. 근데 그 정도 기능은 지금 가지고 있는 5년 된 노트북으로도 충분하다. 뭔가 다른 구실이 있어야 한다. 편집툴? 그래.. 인디자인 정도는 무난히 돌아가야지.  1년 전 회사에서 쓰는 편집툴을 바꿀 때 정리했던 자료를 들춰 보니 인디자인의 최소 사양으로 CPU 코어2듀오급, 램 2기가 이상, 그래픽 카드 단독 메모리 512메가 이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걸 누가 적어 줬더라. 아, 전에 같이 작업했던 디자인 업체.. 그 실장님은 잘 살고 있을까? 메신저에서만 살아있는 걸 확인하는데.. 요즘 대부분의 노트북은 그래픽 카드 빼고는 이 정도 사양을 다 넘어 선다. 그러니까 내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그래픽 카드란 말이지. 의외로 쉽군.

4. 가격대
노트북을 사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스폰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 생일 때 지인들에게 선물 대신 돈으로 달라고 우겨서 어떻게 해 보려고 했는데.. 문제는 아무도 나에게 선물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러니 우선 돈부터 마련해야 된다. 여기저기서 끌어 모으니 50만 원 정도는 어떻게 되겠다. 그거 가지고는 넷북 정도는 살 수 있겠는데, 넷북은 내가 처음 설정한 용도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기전으로 돌려서 목표를 설정한 후에 그 목표가 달성된 이후 구입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꿔야 겠다. 그래. 장기전.. 마음에 든다. 오래 걸릴수록 좋다. 뭔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진을 빼지 않는 적절한 긴장과 신체와 뇌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적당한 분량의 스트레스를 준다. 80만원을 더 모아서 130만 원 정도로 맞추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몸에 해를 끼치는 악성으로 변질되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5. 후보군
일주일 간의 치열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130만원 내외에서 구입 가능하고 그래픽 카드 단독 메모리 512메가 이상의 제품을 뽑아 리스트를 만들었다. 뽑는 과정에서 개인적 취향과 약간의 선입견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였다.

삼성전자 SENS NT-R470-PS53
[2.13GHz, Intel Core2 Duo P7450, 4GB(DDR2), nVidia GeForce G210M(512M), 14인치와이드, 320GB, DVD-Multi, 6셀배터리, USB x 3, 약 2.3kg, Windows 7 Home Premium]

LG전자 엑스노트 R480-KR8WK
[2.66GHz, Intel Core2 Duo P8800, 2GB(DDR3), nVidia GeForce G105M(512M), 14인치와이드, 320GB, DVD-Multi, 6셀배터리, USB x 3, 약 2.33kg, Windows 7 Home Premium]

도시바 PSU8GK-017002(Portage M900)
[2.53GHz, Intel Core2 Duo P8700, 2GB(DDR2), nVidia GeForce G210M(512M), 13인치와이드, 320GB, DVD-Multi, 6셀배터리, USB x 3, 약 2.1kg, Windows 7 Home Premium]

아수스 F83VF-VX009V 
[2.53GHz, Intel Core2 Duo P8700, 4GB(DDR2), nVidia GeForce GT220M(1G), 14인치와이드, 500GB, DVD-Multi, 6셀배터리, USB x 3, 약 2.39kg, Windows 7 Home Premium]

소니 바이오 VPC-CW16FK/B
[2.53GHz, Intel Core2 Duo P8700, 4GB(DDR3), nVidia GeForce GT230M(512M), 14인치와이드, 320GB, DVD-Multi, USB x 3, 약 2.4kg, Windows 7 Home Premium]

6. 비교
먼저 CPU를 살펴보면 LG의 모델이 치고 나온다. Core2 Duo P8800은 FSB 1066, L2+L3 Cache 3M, 2.66GHz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도시바와 아수스와 소니의 모델은 Core2 Duo P8700으로 FSB나 L2+L3 Cache는 같지만 2.53GHz의 속도로 LG의 모델보다 약간 뒤쳐진다. 한편 삼성의 모델은 CPU에서 벌써 탈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메모리 기본 사양은 삼성과 아수스, 소니의 모델이 4GB로 다소 우월하지만, 업글하면 되는 문제이므로 가격 면에서 다시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LG와 소니의 모델이 한 단계 진보된 DDR3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조금 개선된 제품이니까 추가 점수를 주는 게 좋겠지. 다음은 문제의 그래픽 카드다. 다들 512M 이상의 단독 메모리를 할당하고 있어서 합격점 이상은 된다. 사양으로 따지자면 소니의 모델이 제일 앞선다. 그 다음이 아수스, 그 다음이 도시바와 삼성의 모델이다. LG의 그래픽 카드는 성능 면에서 한참 떨어진다. CPU에서는 일등을 했는데.. 이래서 선택이 어렵다. 화면은 도시바 13.3인치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14인치이다. 하드는 아수스 500GB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320GB이다. ODD는 다 비슷비슷하고, USB를 비롯한 확장성도 고만고만하다. 전원 소비에서는 소니가 열세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사용 시간이 많이 짧다. 무게는 소니, 아수스, 삼성, LG, 도시바 순으로 무겁지만, 일들하고 꼴등이 300그램 차이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이렇게 사양으로만 따지면 종합적으로 소니의 제품이 가장 우위에 있다. 그 뒤를 아수스와 도시바가 쫓고, 삼성과 엘지는 안타깝게도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하나는 CPU가 하나는 그래픽 카드가 점수를 너무 깎아 먹었다. 

* CPU 성능 비교  여기 클릭
* 그래픽 카드 성능 비교  여기 클릭

7. AS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국내 대기업 제품을 구입하라고 추천한다. 이유는 단 하나.. AS!!! 외국 브랜드의 게시판이나 사용기에는 AS의 불만들로 넘쳐난다. 처음 후보군에서 HP나 델의 모델을 제외한 것도 그 이유가 가장 컸다. 일본 제품들도 AS가 문제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장이 적다는 평이 많아 포함시켰다. 선정 과정에서 참고한 한 자료에 의하면 고장이 가장 적은 제품으로 아수스가 뽑혔고, 그 다음이 도시바라고 한다. 아수스는 제품 보증 기간도 다른 브랜드의 두 배인 2년이다. 그래도 삼성이나 LG의 AS에는 미치지 못한다. 제품만 조금 더 잘 만들었으면 고민할 필요 없는 건데.. 쯥.

8. 디자인
사진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대충 보기로는 도시바, 소니, 아수스, 삼성, LG의 순으로 끌린다. 도시바는 가죽 질감의 가방을 컨셉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일단 손에 착 달라붙을 것 같다. 소니는 다양한 색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인데, 흰색과 검정색 말고는 좀 부담스럽다. 소니 제품치고는 마감이 좀 엉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직접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수스는 내가 선호하는 알루미늄 헤어라인 디자인이다. 삼성과 LG는 그냥 노트북같이 생겼다.

9. 결론
딱 이거다 할 만한 모델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나가 마음에 들면 하나가 걸린다. 이게 세상의 이치이다. 그냥 적당히 타협하면서 제일 적당한 모델을 골라야 하는 게지. 도시바와 소니의 모델을 직접 보고, 화면이나 디자인을 고려해서 구입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아수스가 계속 눈에 밟히긴 하는데, 물량이 없어서 계속 예판만 진행하고 있다. 시간 날 때 용산에 가서 직접 한 번 봐야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80만 원을 빨리 모아야 한다는 점! 하긴 모르는 일이다.. 돈을 다 모았을 때쯤이면 새로운 모델이 출시돼서 처음부터 다시 고민을 해야 할지도... 아무튼 목표가 생기면 최소한 사는 게 조금 덜 지루해지겠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