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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09-3 [첼시]

소호를 돌아보는 일정이 의외로 싱겁게 끝나서... 지하철 타고 첼시로 이동..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극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취재 중인 사람들, 지나치는 사람들..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옆에서 누가 뭘 하든 관심 없고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는.. 좋게 말해 쿨한 사람들..  
첼시 인구의 30%는 게이.. 첼시에 사는 패션 감각 뛰어나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부유한 여피 스타일의 백인 게이를
첼시 퀸이라고 부른단다.
선입견 때문인지 남자들끼리 다니는 사람들은 다 연인으로 보인다.


첼시 호텔.. 오 헨리, 유진 오닐, 마크 트웨인, 아서 밀러, 앤디 워홀, 지미 핸드릭스 같은 예술가들이 장기 투숙했다는 호텔..
유명한 사람들이 거쳐갔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 호텔 주위를 뱅뱅 돌다가 발견한 그림...


첼시 마켓을 찾아 가는 길에 발견한 정체 불명의 시장. 도로 하나를 막아 놓고 갖가지 물건을 팔길래..
처음에는 여기가 첼시 마켓인 줄 알았다는... 지도에는 한참 남은 거로 되어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가이드북을 뒤져 보니..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그냥 관광객들을 위한 주말 이벤트인가...
분위기는 영락없이 우리나라 시골 장터.. 대낮부터 술에 취해 길게 뻗어 있는 모습까지 왠지 낯설지 않다.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방, 옷, 장신구들... ㅎㅎ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잠깐 멈춰 서서 군것질...


겨우 겨우 찾은 첼시 마켓... 여기까지 와서도 한참을 헤맸다. 설마 저 건물일까 싶었는데..  


버려진 과자 공장을 꾸며서 만들었다는.. 첼시 마켓


주방 용품, 식료품들을 주로 팔고 그밖에 다양한 아이템도 아기자기하게 모아 놨다.


신선함이나 청결함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이다 보니까 파는 물건들이 더 돋보인다. 참 놀라운 역발상! 


원래의 공간과 기자재들을 그대로 활용해서 꾸민듯 안 꾸민듯... 살짝살짝 손을 댔는데.. 그게 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육중한 파이프들을 뜯어내고 깔끔하게 회벽을 발랐으면.. 지금의 첼시 마켓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귀찮아서 방치한 거는 아닐 테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확실하게 파악한 엄청난 내공의 디렉터가 장난치듯 즐기며 작업한 흔적이 느껴진다.  


떨어지는 물줄기마저.. 원래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조형물 역할을 한다.


더불어 도네이션을 유도하는 기능까지.. 헐~ 진짜 두손 두발 다 들게 하는구만..


첼시 마켓... 우리나라 선유도 공원을 연상케 하지만.. 조금 더 영악하고 세련된 형태의 재활용 기술이 아닌가 싶다.


첼시 마켓 뒤쪽에 있는 하이라인 파크 역시 재활용의 첨단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철도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리뉴얼해서 사랑을 받고 있는 공원.. 오늘도 잠깐 짬을 내서 올라와 봤는데..
지난 번에 포스팅을 해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 


소호 땅값이 올라가자 많은 예술가들이 첼시로 흘러들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 갤러리가 많다.
근데 예술가들이 들어오면서 이곳의 땅값도 2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또 짐을 싸야 하는 걸까?
암튼.. 밤이 늦어 다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갤러리만 돌아도 하루가 모자랄듯..
현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곳의 모든 갤러리를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 있다니, 미리 알아보고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