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란 생각

(120)
흐르는 강물에 햇살 한 스푼...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있으면 시간이 정지되는 것 같다. 아니 시간이 정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저무는 햇살에 얼굴이 따꼼거릴 정도로 서 있었던 이촌한강공원..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은 20년 전 그날 이후 변함없이 나를 설레게 한다.
덕분에 숨 쉴 수 있었어요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 내가 기다리던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젠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제발 이번에도 헛발질하는 건 아니기를...
두리번거려도 소용 없어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외롭다. 삶은 좁고, 그나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결이 맞지 않고, 시간은 막무가내로 나를 휘둘러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 도무지 혼자이지 않을 여지가 없다.
모기도 아니면서... 왜 뚫고 날아가지 못 하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는 남자 선을 넘고 싶은 남자... 선을 넘어야 하는 남자... 선을 넘는 것에 한이 맺힌 남자... 선을 넘어 봤자인 남자... 선을 넘는 것도 식후경인 남자... 선을 넘었다고 속이는 남자... 선을 넘었다고 착각하는 남자... 장난으로 선을 넘는 남자... 선을 넘는 게 습관인 남자... 선을 넘는 꿈을 꾸는 남자... 선을 넘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남자... 선을 넘다가 들킨 남자... 선을 넘는 게 천직인 남자... 선을 넘기 위해 지갑을 여는 남자... 선을 넘는 계획을 세우는 남자... 선을 넘는 게 두려워 주저앉은 남자... 넘어야 할 선을 못 찾은 남자... 선을 넘기 위해 몸을 만드는 남자... 선을 넘을 때마다 침을 뱉는 남자... 깜깜할 때는 선을 못 넘는 남자... 선을 넘는 것에 목숨을 건..
다소 절망적인 풍경 빌딩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좁고 신경질적이다. 구겨진 우주를 품은 차들은 종말의 위기를 무릅쓰고 달린다. 휘날리는 깃발도 소리없는 아우성도 따라잡지 못할 속도! 오늘도 파랑새들은 사적으로만 지저귀고, 공허한 네온사인은 닳고 닳은 세상을 향해 온갖 미끼를 드리운다.
세상 어딘가는 지금도 아름답다 가끔 방 한 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카메라를 열어보면 난데없는 사진이 튀어나오곤 한다. 하민이가 몰래 가지고 나가서 찍은 사진들... 못난 아빠는 아들의 뜨뜻한 감성을 대견하게 여기기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봤다는 사실에 강렬한 질투를 느낀다. 넘쳐 흐르는 가능성.. 열려 있는 시간.. 그리고 제멋대로 흐를 수 있는 자유.. 항상 가진 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나도 그랬고, 하민이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숨어서 아름답다.
바람이 되길 바래 고여 있지 말기를 바래. 더운 것은 위로 찬 것은 아래로 채워진 곳에서 비어 있는 곳으로 멈춰 있는 것을 흔들고 분리된 것을 섞고 젖은 것을 말리면서 부지런히 흐르며 살기를 바래.
난 지금 내 인생에서 제일 아름답다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세상 모든 것들은 저물녁에 가장 아름답다. 열매도 익어야 제맛이 난다. 푸릇하고 싱그러운 젊음을 예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 미래가 저물녁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저물녁에 아름답기 위해서 낮에 땀을 흘린다. 나 역시 지금 아름답기 위해 헐떡거리며 젊음을 지나왔다. 이제 나는 경계에 우뚝 서서 잠시 아름다우려 한다. 그래야 밤이 되면 미련 없이 자러 갈 수 있으리라.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한창 아름다운 중이다.
적당한 시기에 잘 터졌어! 아무 대책도 없이 상황 바뀌면 그때부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부터가 문제야. 운이 좋아서 얼추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겠지만,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오긴 힘들었을 거야. 지금 뻥!! 터졌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음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뻔했어. 정말 간절히 변화를 원한다면 더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그래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으니... 좀 아프긴 하겠다... 토닥토닥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하고 방향감각이 병적으로 떨어지며 길의 차이를 주의 깊게 살피려는 의지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방금 갔던 길이라도 돌아서면 분간을 못할 정도로 조잡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길치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길을 잃은 적이 많고, 경찰서에 들어가 우리 엄마 찾아달라고 울부짖는 등의 에피소드도 꽤 가지고 있다. 커서도 어딘가를 혼자 찾아가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고, 길을 못찾아 헤매다 약속 시간에 늦어 낭패를 겪은 일은 부지기수였다. 지금은 네비게이션이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있어서 별 지장없이 사회생활은 하고 있지만, 잠시만 긴장을 늦추면 어느 순간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가늠을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리곤 한다. 이런 장애를 안고 살아오면서 얻은..
꽃 볼 틈도 없이 꺼내 놓은 봄옷들을 채 다 입어 보기도 전에 여름이 왔다. 올해는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자연이나 사회나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바람에 완충작용을 할 중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황없이 오다가다 찍은 꽃 사진들에서 봄의 흔적이라도 킁킁..
그때 나는 뭐가 되고 싶었을까? 내가 다섯 살 때 부모님께서 녹취해 둔 기록에 의하면 이 무렵 내 꿈은 장군이었다. 장군이 뭐하는 사람인지 아느냐고 묻는 질문에 이 머리 큰 아이는 "소방차 타고 빵빵거리고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어머니께서는 이 다소 빗나간 대답에 크게 개의치 않으셨고, 웃으면서 착한 아들이라고 칭찬을 해 주셨다. 이후 나의 꿈은 영화배우,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잠시 레코드 가게 주인에 머물렀다가 건축가를 지나 시인으로 옮겨 갔다. 대학 졸업하고 꿈과 전혀 상관 없이 요행을 바라며 무작위로 뿌린 이력서 중 걸려든 직장에서 일하면서 더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데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파에 찌들고 꼬질꼬질 때가 묻..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아
어쩌면 이게 천직인지 몰라 2002년 3월 14일 2003년 2월 8일 2006년 1월 15일 2010년 1월 27일 2010년 11월 21일
푸석푸석 부서지기 직전 내 인생의 방향을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상황에 끌려다니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처럼 불행하고 불쾌한 일은 없다. 여기저기서 처신에 대한 충고가 쏟아지는데,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 허울 좋은 말 속에 내 처지에 대한 진심어린 고려는 빠져 있다. 참으로 까끌까끌하고 푸석푸석한 세상이다. 모든 원인은 우유부단하고 줏대없는 나에게 있지만... 누군가 하나쯤은 내 편에서 얘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