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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120)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꽃에 집중할 것!
꽃이 필 때, 나는 지네
하늘을 품은 나무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늘을 본다. 막무가내로 책상 앞에 묶어 놓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저 혼자서도 쭉쭉 잘 자란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이다. 요즘 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들은 대부분 하민이가 찍은 것들이다. 사진 찍는 재미가 시들해져 구석에 쳐박혀 있는 카메라를 언젠가부터 하민이가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하민이는... 아빠와는 다르게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사진 관련 책을 뒤져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기본 매뉴얼도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찍어 온 사진을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이 녀석은 쉽게 렌즈를 들이대지 않는다. 수원 화성을 찍으러 간 날은 하루 종일 42컷을 찍어 왔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 아니하다 흔들리는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반쯤 감고 이리저리 부대끼며 걷다보면 32배속으로 하루가 갔다. 미세한 바람에 여지껏 흔들리고 있다. 나잇값도 못하고.. 더이상 참아줄 수 없으니.. 이제 그만 뿌리내릴 준비를 하기 바란다.
내가 느끼지 않으면, 아무도 느끼게 만들 수 없다 비 오는 날, 땅만 살피며 집에 오다가 문득 눈을 들었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윤기 있어 보였다. 하루 종일 푸석푸석하고 무미건조하고 심심하고 따분하고 그저그랬는데..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감동에 목구멍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약 3분 정도 멍하니 서 있다가 잠에서 깬 사람처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노트북을 포함한 각종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는 무거운 가방에 내 머리조차 커버하지 못하는 작은 우산, 게다가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까지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감동적인 순간을 어떻게라도 기록해 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노출 부족에 손목에 걸린 쇼핑백이 덜렁거려 촛점 잡는 게 불가능했다. 우산은 어깨 위에서 미끄러져 내리고.. 빗방울이 카메라 렌즈 위로 하염없이 떨어졌다. 심지어.. 저 앞에 보이..
구차하게.. 노력하지 않을 거야 니들한테 시선 돌리지 않겠어. 아무리 심심하고 배고파도 이 위에 혼자 있을 거야. 멍하니 있어도 시간은 가거든.
네 안에 뭘 품었건... 오늘 아침에 황사비를 좀 맞았어. 기껏해야 10분 정도.. 그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게 잘못이지. 흠뻑 젖지도 않았는데 이 호들갑이야. 위험하다고 하더군. 네 안에 포함되어 있는 알 수 없는 물질이 미래에 암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가급적 피하라고.. 얼핏 보기엔 여느 비와 다를 게 없는데, 마른 흔적을 보면 고통이 느껴져. 그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피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말이지... 생각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황사가 포함된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경우.. 그런 걸 운명이라고 하던데... 혼탁한 운명. 찝찝한 마음에 집에 와서 열심히 닦아냈지만.. 이미 스며든 미래는 바꿀 수 없을 거야. 힘겹겠지만, 이제부터 얼룩을 감당하고 살아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자!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결론이지만 나 지금 행복해야겠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대안이 없다.
이제 벗어도 되는 걸까? 옷깃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에서 미세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난 겨울은 암울하고 까마득했다. 겹겹이 동여맨 띠에 맺힌 작은 멍울들은 밤마다 체신머리 없이 덜그럭거렸다.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에도 갑옷처럼 달라붙어 있더니, 이제는 부르르 떨 때마다 각질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 반짝이는 비늘이 다 떨어져 내리면 봄이다. 일단 봄이 오면... 당분간 겨울은 오지 않을 예정이다.
소통불능의 시대 세월을 부정하려는 것에서 나의 모든 혼란이 시작되었다. 내가 자란 세상, 내가 호흡한 공기, 나를 키워온 방식을 잊으려 애쓸수록 점점 가련한 퇴물이 되어간다. 세련된 정돈이 미덕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 세련된 정돈에서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더더기를 쳐내고, 망설임을 잘라내면, 배려가 자랄 공간이 사라진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영혼은 다른 시간 다른 지점을 맴돌고, 그렇게 접힌 차원은.. 내 삶에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끈하고 가벼운 것들이 존중받는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들은 조롱받는다. 스스로 위축된다. 생각을 동결시키고... 매끈한 척 발끝으로 사뿐히 걸으며... 가벼운 척 뒷방으로 밀려나기 싫어서... 스마트한 척 골목길을 돌아 예전 그 주점이 나오면.. 혀 꼬부라진..
헤매고 다니기엔 너무 추운 저녁... 1. 살벌한 추위에 한 시간 넘게 거리를 헤매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따뜻하다. 꽁꽁 얼은 볼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손을 설득해 보지만, 이기적인 손은 요지부동이다. 이 녀석이 이렇게 배짱을 튀기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 때 추운 별에서 온 외계인이 신형 주머니 난로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나를 납치한 후부터이다. 내 손은 그때부터 지가 우주적인 가치를 지닌 걸로 착각하고 있다. 결국 그 외계인은 나를 놓아 주고, 대신 석탄 한 웅큼을 쥐고 자기 별로 돌아갔는데, 이 석탄만도 못한 놈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2. 요즘 하고 있는 게임의 영향인가. 지나치는 사람들 머리 위에 노란색 물음표와 느낌표가 언뜻언뜻 보이는 거 같다. 느낌표가 있는 사람은 왠지 말을 걸어서 퀘스트를 받고 싶어진다. "당신이 원..
지독하게 우울한 동화 바람난 똥개처럼 킁킁거리면서 거리를 헤맨다... 건조한 햇살이 까끌거려서 걸을 때마다 진저리가 난다. 작년의 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눈에 핏발이 서도록 힘을 주지만.. 결국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올해와 비슷한 빛이었으리라. 포기하고 바스락거린다. 모두가 바스락거린다. 토끼 세 마리도 초록색 하마도 바스락거린다. 서로 비비적거리다 부서진다. 말라붙어서 흐르지 않는다. 아플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내고.. 로션을 바른다. 아파? 안 아파? 이래도 안 아파? 정말 이래도 안 아파? 정수리를 긁적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시끄러... 이 나쁜 새끼... 물고기나 잡아. 저녁 굶을 거야? 노래는 개뿔.. 겨울 오면 어쩌려구 벌써 이 엄살이야? 갈 길이 먼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찌질도 컨셉인 양하여... 눈물 젖은 빵.. 먹어 봤어? 아침 10시 기상.. 잠깐 뒹굴... 롤케익 한 조각 먹고... 출근... 안개 자욱... 햇살 쨍쨍한 날보다 더 근질거리는 날씨.. 가슴 속에 뜨거운 응어리가 좌충우돌.. 떡만두국 점심...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오후 내내 쓰레기같은 원고와 사투.. 재활용도 안 되는.. 처치곤란 쓰레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까지 굶어가며 자리를 뜨지 않은 이유는.. 마땅히 다른 할 일이 없어서... 그러니까... 말하자면... 쓰레기나 쓰레기에 코를 쳐박고 있는.. 한심한 인간이나... 모기 한 마리가 삼십분째 계속 찝적대는데.. 귀찮아서 방치. 근데.. 결국 살생! 화장실에 가려고 이어폰을 잠깐 뽑았다가 갑자기 텅빈 사무실이 무서워져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후다닥 탈출. 밤 10시 ..
문득 20년 후가 궁금해지면... 20년 전에는 상처 잘 나고 예민하기 짝이 없는 문학 소년이었어. 지금도 약간 그런 모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두꺼워졌지. 무게도 좀 나가고.. 20년 전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엄청 많았는데..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참 없었어. 세상을 바꾸고 싶지도 않았고.. 나른하고 게으르고 뽀송뽀송하고... 아마도 이 무렵 고무신을 끌고 다녔던 거 같아. 겉멋이 잔뜩 들어서... 밤 늦도록 술 마시고 쇠를 치고.. 책을 읽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고.. 지금은 세상에 불만을 가질 여력이 없어. 대신 작은 일에 화를 잘 내지. 그리고 예전에 비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졌어. 물론 실행에 옮기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여전히 나른하고 게으르고 뽀송뽀송하다 못해 건조해서 푸석거..
어깨를 들썩이며 겨울을 기다리네 뜬금없이 체육 지도서를 맡았다. 남이 하던 작업을 받아 땜빵처리하는 업무에는 이제 이골이 났지만.. 의욕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엔 스스로 가치 없다고 판단하는 일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모조리 쑤셔박아야 하는 더러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 인생은 그 더러운 경우의 연속이다. 어제 저녁에는 직장 상사에게 교정 보기 싫다고.. 이제 관리만 하고 싶다고... 그럴 짬밥이 됐지 않냐고.. 띵깡을 부렸다. 답답하고 더부룩하지만... 띵깡은 띵깡일 뿐이다. 체육 지도서가 끝나고 12월부터 도덕 문제집을 맡아서 진행해야 한단다. 휘리릭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새벽 여섯시에 집을 나서 두 시간 동안 운동을 한 후 사무실에 들어왔다. 애꿎은 키보드를 노려보지만....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상한 나라에서 올리는 기도 더 몽롱해져야 할까? 꼬질한 현실을 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