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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15-1 [클로이스터스]



오늘은 매형과 함께.. 뉴욕 외곽 지역들을 쭉 돌아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움직이니 부담이 없고... 안 되는 영어 고민할 필요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첫 행선지는 클로이스터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분관이다.  


맨해튼 북부 포트 트라이언 파크에 있는 클로이스터스는 중세 유럽의 미술과 건축을 주로 다룬다. 
심지어 건물도 프랑스의 오래된 수도원 자재들을 그대로 옮겨 와 조합해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조용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바로 그거였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대학 졸업 이후 항상 주문처럼 입에 달고 다니던 말..
부유물처럼 둥둥 떠서 지내면서... 핵심으로 다가가고 싶어 조바심내는 게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전체 줄거리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주변부만 겉돌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심각할 정도로 나이가 먹어 버렸다. 공포... 긴장... 위기감...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목표도 없이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는 게 신물이 난다면.. 
상황에.. 게으름에.. 생활에 밀려 제껴 놨던 "나"를 찾아 올바른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다가가고 싶은 핵심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


네.. 알아요. 10대 때.. 늦어도 20대 초반에는 끝냈어야 하는 고민이죠.. 그래도 기특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발 도움을 주세요. 저에게 길을 알려 주세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뭘 하면 행복할까요?         

".............." 










 


천천히 회랑을 거닐며... 따뜻한 햇살과 배려 깊은 바람을 만난다.





무엇보다도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여백이... 마음에 든다. 모마나 메트로폴리탄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멀미날 염려는 없다.



 이 박물관의 자랑인 태피스트리.. 이 작품 말고도 여러 유명한 작품이 있는데.. 다 흔들려 버렸다. ㅠㅠ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신과 인간.. 적막 속에서 녹아들어.. 예술이 된다... 아름답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사람들이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자신있게 클로이스터스라고 대답했다.
훨씬 크고 더 유명한 작품들을 보유한 박물관도 많은데.. 세계적인 빌딩과 거리, 공원을 제치고 클로이스터스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답을 찾은 건 아니다. 어쩌면...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인정할 거 인정하고.. 포기할 거 포기하고..
"나"보다는 "관계"로 촛점을 돌리면서..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

여행은 끝나가지만.. 내 인생에서 이 여행은 끝이 아니라 반환점이다. 부디 돌아가는 길은 헤매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