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부정하려는 것에서 나의 모든 혼란이 시작되었다.
내가 자란 세상, 내가 호흡한 공기, 나를 키워온 방식을 잊으려 애쓸수록 점점 가련한 퇴물이 되어간다.
세련된 정돈이 미덕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 세련된 정돈에서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더더기를 쳐내고, 망설임을 잘라내면, 배려가 자랄 공간이 사라진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영혼은 다른 시간 다른 지점을 맴돌고, 그렇게 접힌 차원은.. 내 삶에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끈하고 가벼운 것들이 존중받는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들은 조롱받는다.
스스로 위축된다. 생각을 동결시키고... 매끈한 척 발끝으로 사뿐히 걸으며... 가벼운 척 뒷방으로 밀려나기 싫어서... 스마트한 척
골목길을 돌아 예전 그 주점이 나오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어설픈 개똥철학을 나부랑대며, 사랑과 정의를 논하련만..
그때 그 사람들은 다 어디 죽어 자빠졌을까.
노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