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카니
출연 : 글렌 핸사드,마케타 잉글로바
개봉 : 2007.09.20 아일랜드,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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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다소 지루한 영화가 아닐까.. 나름 생각했었다.
어설픈 포스터나 주인공의 행색이나.. 도무지 끌리는 구석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사운드트랙이.. 귀가 솔깃할 정도로 좋아서..
혹시나 했었는데, 앨범 전체를 듣고는 그 기대도 접었다.
결정적으로 인터넷으로 예고편을 본 후 안 봐도 되는 영화로 제껴 뒀었다.
그런데.. 결국 봤다. 내 의지로 본 게 아니라 정말 어쩌다 보게 됐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절대 사랑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현실에 밀려 깨져 버린 서글픈 사랑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한 완전한 교감을 그린 영화이다.
악기점 피아노 앞에서 둘이 부르는 노래는 그 교감의 조심스런 시작..
노래를 들으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곡에 가사를 붙이며 공감을 하고..
서로의 노래를 들으며 상대방의 아픈 상처까지 감싸 안게 된다.
그리고 그 교감은 녹음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녹음을 마치고 남자가 여자에게 런던으로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것은
영화 초반에 자고 가겠냐고 물었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기에 사랑이 개입되어 있다고 해석한다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자는 이미 전화로 런던에 있는 애인에게 찾아가겠다고 약속을 한 후였고,
여자 역시 아이의 아빠가 곧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각자의 현실과 과거의 끈 때문에 다가온 사랑을 포기한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엔 이별을 앞둔 이들의 표정이 너무 여유롭고 의연하다.
사랑을 하면 같이 있기를 원하고 같이 있지 못하면 슬픔과 불행을 느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도 헤어진 옛사랑을 떠올리며 슬픈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미 음악으로 하나가 된 이들 사이에 공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남자가 사 준 피아노를 치며 창밖을 내다보는 여자의 표정은 그래서... 그렇게
초월적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사랑은 희생을 바탕으로 자라고, 교감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란다...
따라서 사랑은 소모적이고, 교감은 생산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