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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소양고택..

한옥에서 지내는 독특한 하룻밤 경험으로 그치지 않는다. 방음이 되지 않아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와이파이는 물론 텔레비전도 없지만, 구석구석 배어 있는 섬세한 배려의 손길과 예사로운 곳에서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감각이 불편과 부족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단순히 자본만으로는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 단단한 철학과 확고한 취향, 부지런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 이곳에서 하루 머물면서 남은 생애에 꼭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나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는 찾은 것 같다. 오성급 호텔에 묵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춥고 물 온도 맞추기 어렵고 바닥은 위태롭지만 대표님의 어머니께서 직접 수놓았다는 커튼이 모든 걸 덮는다.  
유일하게 튀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것만큼 이 장소에 잘 어울리는 물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