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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날개 있는 것들의 비애..

한때 선녀콤플렉스에 빠져 지낸 적이 있다. 나는 날 수 있고 마땅히 날아다녀야 하는 존재인데, 뭔가 착오 때문에 아니면 어떤 부조리에 걸려들어 여기 이렇게 쳐박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했다. 구겨진 날개를 옷장 맨 아래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꺼내 다시 날아오를 거라는..라는 야무진 꿈을 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최소한 날아오르는 일에 대한 환상은 깨진 거 같다. 날아오르면 어쩔건데.. 하늘에는 굶주린 더 큰 새들이 있고, 벌레라도 잡으려면 온종일 땅을 살펴야 하고, 운좋게 잡은 통통한 벌레는 삼키지도 못하고 둥지에서 기다리는 새끼들 입에 고스란히 넣어주어야 하는 걸. 심지어 적당한 날씨를 찾아 바다를 건너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그냥 생긴대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파닥거리는 새들의 움직임을 한참 살피다 저 삶도 참 고달프겠다는 생각에 잠시 울컥해졌다.
요즘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울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