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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05-1 [그리니치 빌리지]

귀차니즘의 발동.. 이러다가는 일 년 넘도록 뉴욕 여행기를 못 끝낼 거 같은 위기감..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훌훌 털어버리려고 여행을 떠났는데 갔다와서 포스팅하는데 너무 얽매이는 거 같아서 살짝 기분 나빠짐. 암튼 뭐 그래서 다섯 째 날부터는 그냥 대충 올리기로 마음 먹음. 



이 날도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 버스에 오를 때까지 어디 갈지 결정하지 못함.    


맨해튼에 도착해서 머뭇거리다 결국 그리니치 빌리지로 목적지를 결정.. 처음으로 지하철 이용.. 더럽고 냄새나고 복잡하고.. 왠지 당장이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것같은 으슥한 분위기인데.. 익숙해지면 나름 편안해지는 공간. 첫 날이라 세 번쯤 열차를 잘못 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감. 업타운 다운타운 개념만 알면 간단한 건데.. 역시 길치!


승차권 발매기.. 1회용 티켓의 가격은 $2.25.. 버스 환승 가능.. 이 발매기를 포함해서 모든 시설과 장비가 낡았다. 지상은 삐까번적 난리법석인데 왜 이 지하는 이렇게 방치해 뒀을까? 혹시 방치가 아니라 묵히는 걸까? 알 수 없는 도시..



포트 오소리티 버스 정류장역에서 다섯 정거장이면 오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 어찌나 헤맸는지 40분이 넘게 걸렸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라, 여긴 그동안 봐왔던 뉴욕의 공기랑 약간 다른 게 느껴진다. 이건.. 뭐랄까.. 시크한 자유의 향기..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제멋대로의 패션과 포즈로 한가롭게 아침 여유를 즐기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리 공연을 하는 밴드의 멤버들도 관객들의 반응보다는 자신의 연주에 몰입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즐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   


워싱턴 스퀘어 파크 바로 옆에 뉴욕 대학교가 있다고 해서 한참을 찾았는데.. 어디에도 학교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거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한참 후에야 내가 돌아다닌 곳이 모두 뉴욕대학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심코 지나친 빨간 창고같은 건물이 도서관이란다. 겉은 저렇게 투박하게 생겼어도 안은 환상적!

  
(실내 사진을 못 찍어서 인터넷에서 주어온 사진..)



학교 울타리가 없고 거리 곳곳에 학과 건물들과 사무실 도서관 등이 산재해 있는 시스템..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는 뜻일까? 도서관 옆에는 뉴욕대학교 정보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젊은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들락날락한다.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앉아 한참 그 모습을 지켜봤다. 또 불쑥 고개를 쳐드는 꿈..     


배치도를 보면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뉴욕대학교의 앞마당쯤으로 보인다. 지도를 봐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학교인지 알 수 없다. 그냥 거리를 걷다 돌아보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이고.. 음식점인가 싶어서 들여다 보면 강의중인 교실이다.


뉴욕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파슨스라는 디자인 학교... 패션 계통에서는 알아주는 명문. 도나카렌, 안나수이 등 쟁쟁한 디자이너를 줄줄이 배출해 낸 곳..  


예전에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잠깐 마주친 기억이.. 조PD가 여기서 디자인마케팅을 공부했다지..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블루노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의 음악을 코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재즈 클럽. 뉴욕에 있는 내내 한 번 들러보자고 매형이 꼬셨는데 결국 못 갔다. 아쉬운 부분...


철조망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들여다 봤더니 길거리 농구 중이다. 근데 이 사람들 프로 농구 선수 못지 않다. 패스나 드리블은 묘기 수준이고 덩크나 앨리웁도 심심치 않게 보여 준다. 마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아저씨도 뛰던데.. 완전 멋지다. 신나서 사진 몇 장 찍었더니 빨간 모자 총각이 돌아보고 인상을 쓴다.. 어.. 가.. 갈께.  


여기는 크리스토퍼 파크.. 게이들의 천국이라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어울리게 동성애가 컨셉인 공원이다. 조각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짝을 이루고 있다. 자세히 보려고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발이 딱 멎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아저씨들의 시선이 일제히 날 바라보는 게 느껴져서.. 어.. 가.. 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