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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뷰

삼청동 갑산면옥..

어렸을 때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잡채라고 했었다.
귀엽게도.. 야채나 고기 많이 섞이지 않은 당면 위주의 잡채를 좋아라했다.
참 저렴한 취향.. 어른이 된 지금은.. 망설이지 않고 냉면이라고 한다.
오장동 함흥냉면도 좋고.. 우래옥 평양냉면도 좋다.. 세숫대야 냉면도 좋고..
심지어 집에서 해 먹는 인스턴트 냉면도 좋다.

그래서 여기저기 맛있다는 냉면집은 다 가보려고 하는데..
어제 일이 있어 삼청동에 간 김에 벼르고 벼르던 삼청동 갑산면옥에 들렀다.
함경남도 갑산군 동인면 본가의 참맛을 4대째 이어오고 있다는.. 나름 뼈대있는 집.
혼자 밥 먹는 걸 지지리도 싫어해서 그냥 지나치려다 그놈에 호기심을 못 이기고
불쑥 들어섰다. 밥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적한 모습..
 


앉자마자 메뉴도 안 보고 회냉면을 시켰다. 아예 사리 하나 추가해서.. ㅎㅎ
먼저 나온 육수의 맛은 그런대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점심을 건너 뛰어서 너무 배가 고팠던 걸까?
미각을 확 깨우는 깊고 풍부한 맛.. 뭐 이런 걸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뭔가 좀 부족한 느낌.. 
이어서 나온 냉면은...
티스토리를 시작하며 어딜 가든 사진을 찍으려고 애는 쓰는데 실내가 어두워서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음식 앞에 놓고 제대로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사진만 찍어대는 것도 우습고... 암튼 이렇게 생겼다. 
면발 적당하고 양념 훌륭하다. 뭔가 쌉싸름한 맛이 나는 야채가 들어 있는데 그 맛이 이 집의 특징인가 보다. 
을지로 냉면집들과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전혀 다른 종류의 맛이라..    
더 찬찬히 음미하면서 맛을 분석해 보고 싶었지만.. 그럴 경황이 없었다.
사실 냉면은 음미하면서 먹는 음식도 아니지. 입안 가득 면발을 우겨넣고 입안에서 몇 번 돌리다가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긴다. 몇 젓가락만에 냉면 곱배기를 해치우고.. 만족해서 배 두들기며 나왔다.
땡볕에 걸어다니느라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어. 오늘같은 날... 가끔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