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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뉴욕 여행기 09-1 [소호]

아침 일찍 눈이 반짝 떠졌다. 어젯밤엔 잠도 안 설치고 곤하게 잤다. 덕분에 몸이 가뿐... 창밖을 보니 날씨도 죽인다. 
"오늘은 소호에 가야겠구만!" 


소호는 날씨 좋고 컨디션 좋은 날 가려고 미뤄 뒀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고나 할까.. 
뭔가 예술적이고 톡톡 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오늘도 버스 타고 뉴저지를 빠져나와 지하철 타고 목적지에 도착...  대중교통에 익숙해지니까 어딜 가든 마음이 편하다.

   
뉴욕 어딜 가든 널린 게 공원.. 여기도 역시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자 마자 소호 스퀘어가 반긴다. 벤치에 앉아 잠깐 지도 확인..


역에서 가까운 소방 박물관... 첫 방문지라 웬만하면 관람을 하려고 했는데.. 입구에 있는 소를 보고 그냥 돌아섰다. - - ;;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 것 같아. 미안.. 니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좀 거부감이 드네. 억울하면.. 헐리우드를 원망해...


낡은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 흠, 소호란 말이지... 근데, 여기선 뭘 봐야 하는 거지?


흔히 듣는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는 집이나 작은 오피스텔 등에서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것을 말하고...

뉴욕의 소호(South of Houston)는 휴스턴의 남쪽이란 뜻..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이는 운치 있는 거리로 이름이 높았는데.. 



한참을 돌아다녀도 눈에 띄는 건 명품 패션 최신 브랜드들 뿐이어서 살짝 실망.. 소호도 별 거 아니구만..

알고 보니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던 건 오래 전 얘기고,  거리가 유명해지자 가게 대여료가 올라 

견디다 못한 예술가들이 첼시를 비롯한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리고.. 지금은 상업적인 지역으로 변모했다고..




 

그래도 건물과 거리 곳곳에서 왕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세련되고 유니크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후줄근한 건물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게 소호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름 특이한 소품들을 파는 가게도 남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진 말자구...



길거리 벤치에 앉아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여행자 가족들.. 아빠는 한껏 들떴는데.. 애들 표정이 어둡다.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게 불만이었을까? 아님 나처럼 소호가 맘에 안 들었던 걸까? 


직접 꾸미는 장난감... 특이한 컨셉의 인형들을 파는 키드로봇.. 이 가게에서 회사 직원들 선물 구입...
살 땐 꽤 흐뭇했는데.. 사고 보니 가격 대비 뽀대가 안 나는듯. 이 선물의 가치를 알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꼬...




소호에서 예술가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것 같다. 간혹 길에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파는 젊은 작가들을 볼 수 있고..


옷 가게들 틈에서 갤러리도 드물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좀 뻘쭘했지만, 그래도 여행자 무대뽀 정신을 발휘해 보이는 갤러리에는 다 들어가 봤다. 
열심히 보긴 했는데.. 무식해서 그런지.. 요즘 작품들에는 별로 감흥이 일지 않는다. 
현대 미술은.. 역시.. 아무래도.. 사기 같아. 뭐...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내 취향에는 안 맞는다는 말이다.       


길마다 근사한 차가 널린 미국이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차... ㅎㅎ 이런 게 더 예술 같단 말이지..


소호는 역시 소호다. 길마다 관광객들로 미어터져 걷기가 힘들 지경이다.   


근데...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곳은... 의류 할인 매장... 오케.. 거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