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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문득 20년 후가 궁금해지면...


20년 전에는
상처 잘 나고 예민하기 짝이 없는 문학 소년이었어. 지금도 약간 그런 모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두꺼워졌지. 무게도 좀 나가고.. 20년 전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엄청 많았는데..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참 없었어. 세상을 바꾸고 싶지도 않았고.. 나른하고 게으르고 뽀송뽀송하고... 아마도 이 무렵 고무신을 끌고 다녔던 거 같아. 겉멋이 잔뜩 들어서... 밤 늦도록 술 마시고 쇠를 치고.. 책을 읽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고.. 지금은 세상에 불만을 가질 여력이 없어. 대신 작은 일에 화를 잘 내지. 그리고 예전에 비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졌어. 물론 실행에 옮기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여전히 나른하고 게으르고 뽀송뽀송하다 못해 건조해서 푸석거릴 지경이고.. 다행이 겉멋은 좀 줄었어. 남들 눈 의식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 최근에는 끓어넘치는 욕구들을 작은 기계들에 쏟아 붓고 있는 중이지. 달리 매달릴 게 없거든.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찾지 못했어. 20년 후에도 그럴까? 그래도 생각보다 잘 살아온 거 같아. 20년 전만해도 살아갈 일이 참 암담했는데.. 무난하고 평탄하게.. 어디 심하게 깨지거나 찌그러진 데 없이... 그래, 그럼 됐지. 수고했어.


요즘 들어 급격히 나이를 먹어가고 있어. FF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바심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아. 생각해 보면 별 거 아닌데.. 그냥 스쳐지나가는 거잖아. 지나간 시간들이 어디로 흘러들어가서 쌓여 있겠어? 20년이 휘리릭 지나가서 여기 세번째 사진을 붙일 때쯤이면.. 알게 되겠지.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게 뭐였는지.. 사실 몰라도 상관 없어. 그때쯤이면 알아도 모른척 하고 그냥 뭉기적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