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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헤매고 다니기엔 너무 추운 저녁...



1. 살벌한 추위에 한 시간 넘게 거리를 헤매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따뜻하다. 꽁꽁 얼은 볼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손을 설득해 보지만, 이기적인 손은 요지부동이다. 이 녀석이 이렇게 배짱을 튀기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 때 추운 별에서 온 외계인이 신형 주머니 난로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나를 납치한 후부터이다. 내 손은 그때부터 지가 우주적인 가치를 지닌 걸로 착각하고 있다. 결국 그 외계인은 나를 놓아 주고, 대신 석탄 한 웅큼을 쥐고 자기 별로 돌아갔는데, 이 석탄만도 못한 놈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2. 요즘 하고 있는 게임의 영향인가. 지나치는 사람들 머리 위에 노란색 물음표와 느낌표가 언뜻언뜻 보이는 거 같다. 느낌표가 있는 사람은 왠지 말을 걸어서 퀘스트를 받고 싶어진다.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해 줄 테니, 나에게 우울한 방랑자의 가슴 갑옷과 초록 사과 벌레의 아래턱을 주시오." 게임 속 세상에서는 용암이 들끓는 지옥불 반도를 헤매고 있는데, 그다지 덥지는 않다.  

3. 방황하는 십대처럼... 거리를 헤매다 문득 존재 자체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대로 그냥 후르륵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까지 급격하게 발전해서 어느덧 고등학교 때 만화 가게 주인 아줌마에게 배워 두었던 위험한 주문을 중얼거리기에 이르렀다. 마지막 문장이 기억 나지 않아서 결국 실패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