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책상 앞에 묶어 놓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저 혼자서도 쭉쭉 잘 자란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이다.
요즘 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들은 대부분 하민이가 찍은 것들이다. 사진 찍는 재미가 시들해져 구석에 쳐박혀 있는 카메라를 언젠가부터 하민이가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하민이는... 아빠와는 다르게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사진 관련 책을 뒤져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기본 매뉴얼도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찍어 온 사진을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이 녀석은 쉽게 렌즈를 들이대지 않는다. 수원 화성을 찍으러 간 날은 하루 종일 42컷을 찍어 왔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안 찍었냐고 물어 보니까 그냥 씩 웃기만 한다. 그러고 보니까 아빠의 질문에 씩 웃는 것으로 답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궁금한 마음에 뒷산에 같이 올라 사진 찍는 걸 지켜 봤다. 이 녀석은 나처럼 지향사격 자세로 카메라를 들이 밀고 걷지 않는다. 평소에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지퍼도 잠가 둔다. 딴 일이 있어서 온 사람처럼 의뭉스럽게 두리번거리고 벤치에 드러눕기도 하고 뜬금없이 나무를 한참 쓰다듬기도 한다. 그러다 자리를 뜰 때쯤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신중하게 한 컷 찍고 다시 카메라를 집어 넣는다. 찍은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보는 일도 없다.
하민아, 카메라 꺼내서 들고 다녀. 카메라 꺼내는 동안 찍고 싶은 순간을 놓칠 수도 있잖아... 생각해서 얘기해 주면.. 자기는 사진 찍는 스타일이 다르단다. 니 스타일이 뭔데? 라고 물어보려다 그냥 참았다. 그래, 니 스타일은 니 스타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