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란 여행

날진 못해도 구를 순 있어

날씨가 좋다. 컨디션도 가까스로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오랜만에 구르기 시작..
쉬지 않고 구르다 보니 어느새 반포대교.. 문제의 세빛둥둥섬이 보인다. 궁금하던 차라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둘러보았다.


돈이 많이 들었다는 건.. 그렇다고 치자. 이대로 방치되고 있는 건 정말 욕먹어도 싼 심각한 문제이다.
오지랖 넓은 내 머리는 오늘의 일정을 제쳐두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느라 부산해진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돈 많은 이들에게 돈 많이 받고 대여해 줘서 파티를 하든 패션쇼를 하든 맘껏 써먹으라고 하고,
거기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주말에는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


한쪽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들이 걸리고, 다른 한쪽에선 직장인 밴드가 공연을 하고...
실내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댄스홀이 자리를 잡고, 야외에는 체험 문화 공간이 빽빽하게 들어차고...
극장에서는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상영되고, 여기저기에서 행위 예술가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오직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과, 오직 서울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기념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이것도 저것도 없는 날엔 소중한 사람과 함께 편안한 의자에 앉아 향긋한 전통차를 마시며 강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
꼭 전통차가 아니어도.. 뭔가 특별한 걸 개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커피나 컵라면 말고... 오직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그건 그렇고 청소년들을 위한 댄스홀이라...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혹시 비행 청소년들의 온상이 될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딱히 갈만한 곳이 없어
음습하고 폐쇄된 구석으로 흘러들게 되는지 생각해 보길... 햇볕이 드는 곳에는 곰팡이가 피지 않거든...


이름부터 바꾸는 게 좋겠다. "세빛둥둥섬"은 뭔가 과시욕이 느껴지고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주말 보석"은 어떨까?
서울 시민들의 황금같은 휴일을 찬란하게 장식해 주는 세 개의 보석.. 다이아몬드관, 사파이어관....


그리고 오팔관.. 생긴 건 오팔보다는 호박에 가깝지만....


이곳에서는 뭐든지 특별했으면 좋겠다. 의자 하나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으로...
아까운 세금 낭비하지 말고 기부를 받아 설치하는 게 좋겠지. 뉴욕 센트럴파크 의자처럼... 기부자가 원하는 문구를 넣어서..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즐거움을 주고, 스스로 전통을 만들고, 진화하면서 새로운 활기로 가득찬 공간으로 꾸며나간다면...
언젠가 진정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강 르네상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은 볼만한 게 이런 분수쇼밖에 없다. 음악에 맞춰 흔들거리는 게 시원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해...
말하자면.. 하드웨어는 이 정도면 됐으니까 콘텐츠를 채우자는 얘기.. 부르지 않아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적인 콘텐츠..
그게 갖춰지면 돈지랄이니 묻지마개발이니...따위의 욕은 듣지 않게 되겠지.. 너무 당연한 소리인가..
내 머리의 한계는 여기까지이고.. 뭐..... 차기 서울 시장님에게 기대해 봐야지.


삐끄덕거리는 머리는 그만 굴리고, 다시 자전거를 굴리기 시작한다. 몸이 가볍다. 휘리릭 종합운동장 찍고 잠실을 향해 달린다. 
강바람이 뒤를 밀어 준다. 조급한 가을이 스쳐지나간다. 하늘처럼 머릿속 채도도 불끈 높아진다. 오도독 소름이 돋는다. 


돌아나와야 하는데 자꾸 깊숙히 들어간다. 실로 오래간만에 세상이 뽀송뽀송하다.
슬슬 구르는 게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날았으면... 바람에 어깨가 들썩이는데... 날아오를 자신은 없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다행이다.


오래간만에 한강 둔치에 나왔더니 처음 보는 먹거리가 생겼다.


원하는 라면을 골라 은박지 그릇에 꺼내 놓고 기계 위에 올려 놓으면 자동으로 적적량의 물이 채워지고 4분 후에 조리가 되는...
ㅎㅎㅎㅎㅎ 대박!!! 컵라면하고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사무실에 이 기계 하나 놓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


라면을 먹은 후부터 급격히 늘어지기 시작한다. 10분 구르고 20분 어슬렁거린다. 
사람 구경, 물 구경, 햇살 구경...  


오늘의 포토제닉... 고등학생들인 것 같은데, 두 친구가 낚시를 한다. 이런 멋진....
분명 크게 될 놈들이다. 아니 크게 되진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은 분명하다.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만큼... 지혜로운 녀석들이니까. 



흐르는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을 보며.. 나도 잠깐 행복해진다. 그래, 이 정도면 그다지... 나쁘지 않아.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자전거도 무겁고 몸도 무겁다. 수고했어. 이젠 좀 쉬자고...


핸드폰에 남은 오늘의 기록...
Created
by <My Tracks> on Android.

Total Distance: 54.33km
Total Time: 5:54:22
Moving Time: 3:37:47
Average Speed: 9.20 km/h
Average Moving Speed: 14.97 km/h
Max Speed: 40.32 km/h
Min Elevation: 14 m (46 ft)
Max Elevation: 104 m (340 ft)
Elevation Gain: 944 m (3098 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