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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동경_140702-1

6월 17일, 동경도서전에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언질 받음.. 6월 20일, 서울국제도서전 참관.. 6월 26일, 일정표와 방배정표 공유.. 

7월 1일, 출장비 수령.. 7월 2일, AM 8:00 인천국제공항 집결 그리고 AM 10:10 출발(KE703)..



그렇게 얼떨결에 동경도서전 출장이 시작되었다. 해외 도서전은 처음이라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차분하게 인터넷 검색조차 해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대강의 스케쥴도 파악이 어려웠다. 3일 내내 봐야 할 만큼 큰 도서전일까? 얼마나 많은 책들을 만나게 될까?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정보가 밀려들면 어쩌지? 노트북, 카메라, 핸드폰 배터리는 부족하지 않을까? 원래 비행기만 타면 심장이 1.25배 속도로 뛰기 시작하는데, 이런 저런 상념으로 잠도 오지 않는다. 일본 간다니까 여기저기서 보내온 일본 방사능 관련 카톡 메시지도 심란하기 그지 없다. 



PM 12:30 나리타 국제공항 도착.. 예상과 다르게 도착하자마자 도서전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가서 입구에 풀어놓는다. 도서전이 열리는 곳은 도쿄국제전시장, 일명 도쿄빅사이트이다. 1996년 4월, 도쿄만에 있는 인공섬인 오다이바에 에 건설된 이 전시장은 동전시관, 서전시관, 콘퍼런스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에 보이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콘퍼런스타워.. 도서전은 서전시관에서 열린다. 출발~



1층에는 출판사, e-Book, 콘텐츠 솔루션 관련 부스들이, 2층에는 크리에이터, 프로덕션, 저작권 관련 부스들이 밀집되어 있다. 도서전이 재고 땡처리와 신간 할인 매장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점.. 도착한지 5분만에 얻은 수확이다. 상품으로서 최종 결과물인 책의 형태만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책을 종합 컨텐츠로 인식하고 그 컨텐츠를 구성하는 각종 프로세스와 리소스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겠다.    

 

- 21st Tokyo International Book Fair

- 18th e-Book Expo Tokyo

- 2nd Content Solutions Expo

- 3rd Creators' Expo

- 2nd Production Companies Expo

- 4th Licensing Japan 



1층 여기저기에 뚫려있는 입구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가니 e-Book Expo.. 대부분 소규모 강연 형식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언어만 통한다면 꽤 유익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대충 분위기만 파악하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근데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은 각 부스마다 앉아계신 분들의 30% 정도가 할아버지들이라는 점. 그냥 소일 삼아 앉아 계신 게 아니라 정말 몰입하고 계신다. 현역에 계신 분들일까? 


시연하는 e-Book 컨텐츠나 솔루션은 크게 앞서 나가는 것 같지 않은데, 다양한 기자재나 강연 방식은 새롭다. 특히 눈을 떼지 못한 건 강연자마다 손가락에 끼우고 있는 링 형태의 프리젠터.. 어찌나 탐이 나든지 열심히 구글링해서 결국 찾아냈다. 






무선 프리젠터.. 사고싶은 사람은 여기 클릭!


Genius Ring Pointer

Ring Style Wireless Presenter with Laser Pointer 

for PowerPoint or any other type of presentations  


이거 말고도 다양한 모델이 있는데, 디자인은 이게 제일 괜찮아 보임.

아키하바라 가면 꼭 사려고 했는데, 역시나 까먹음..


일본 역시 e-Book은 아직 뜨거운 감자인 걸까? 순간적으로 판도가 바뀔 것 같은데 쉽게 바뀌지 않으니 마음만 급해 보인다그나마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실물로는 처음 접해 본 코보 아우라.. 출시된지 1년이 넘은 구닥다리지만, 지금까지 만져 본 e-Book 리더 중에선 그나마 반응 속도가 빠르고 잔상도 없는 게.. 단말기 수준은 이 정도면 됐지 않나 싶다. 이제 남은 건 이런 이쁘장한 기기들에 담을 컨텐츠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들을 살펴볼까?  



1층 도서전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볼 게 없다. 오죽하면 가이드가 올해는 정말 민망한 수준이라고 했을까.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비해 70% 규모라고 한다. 책을 살펴보거나 최신 경향을 알고 싶으면 쾌적하고 분류 잘 되어 있는 서점에 가는 게 낫고, 인쇄나 e-Book 부스들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 없어 보인다. 혹시 관심 가질만한 최신 기술이 있었더라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무심히 지나칠 수밖에...


그나마 2층은 꿈틀거리는 열정이 느껴졌다.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만화가, 캘리그래퍼, 포토그래퍼는 물론이고 작가와 음악/영상 전문가까지 북적거리는데, 사진 촬영 금지인 게 아쉬웠을 정도.. 컨텐츠 제작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으니 현지 편집자들에겐 그야말로 황금어장이겠다. 한 바퀴 대충 돌아도 손에 쥐어주는 브로셔와 명함들이 주체를 못할 정도여서 그 중 인상 깊은 몇 개만 추려 가져왔는데.. 언젠가는 이 사람들하고 일할 기회가 생기긴 할까? 일러스트레이터, 미도리 하라다.. 이 사람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숫기 없는 거로는 우주 최강 클래스인 내가 쭈볏거리며 다가가 안 되는 영어로 인사하고 명함을 교환했을 정도...근데 서울 복귀해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니 영~ 현장에서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신경 좀 쓰지..



규모가 형편없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한쪽에선 벌써부터 2015년 부스 예약을 받고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은 SOLD~ 매년 하는 방식이겠지만, 기분 탓인지 뭔가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진다. 위기상황실 같은 느낌.. 불과 며칠 전에 참관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암담한 느낌보다는 덜하지만 여기도 전반적으로 골골거리는 모양새이다. 책의 시대가 끝난 걸까? 아니면 거대한 흐름에 섞여들어가 완전히 새로운 판도가 짜여지는 중일까? 한때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느라 항상 피곤하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저만큼 앞서 나갈 능력은 없지만, 중심 잡고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에 새로운 디바이스보다 질 좋은 컨텐츠를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변하지 않는 가치가 다시 빛을 발하게 되겠지.. 



우리나라 다락원, 동서문화사, 한국어문화원 부스가 나란히 있고, 그 옆에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그림책 위주로 전시를 해 놓은 부스가 눈에 띄었다. 인쇄소도 한 곳 나와 있어서 반가웠는데.. 아는 척은 못했다.. 





  






버스에 두고다녀도 되는 배낭을 미련하게 짊어지고 다녔다. 노트북과 무거운 짐이 잔뜩 들어 있는 애물단지라 초장부터 진이 다 빠졌다. 오후 반나절만에 도서전을 다 돌아보고 오히려 시간이 남아 매점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었으니.. 나름 소득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일본에서 먹은 첫 음식인 이 아이스크림.. 안에 걸쭉한 커피시럽이 들어 있다.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