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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구해줬어야 했나?


날 원망하진 않았겠지?
형광등 박스 안에 들어간 파리가 세 시간째 웽웽거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 발로, 아니 제 날개로 날아들어간 길을 못찾는 미련한 생물이라고 혀를 차다가도 괜히 동질감 비슷한 감정이 들어 신경 쓰인다. 박스를 열어 구해줄까 세 시간째 고민 중인데, 그 또한 주제 넘은 간섭인 것 같아 망설이고만 있다. 예기치 못한 파리채에 맞아 박살나는 것보다는 헛된 희망이라도 품고 날개짓하다 생을 마치는 게 좀 더 나은 삶 아닐까? 결국 자리를 피해주기 위해 불 끄고 밖으로 나와 거실에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