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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뷰

아바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그래..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영화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그 안에 담을
내용을 제껴두고 저혼자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 이쯤되면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사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흥분하는 게.. 전혀 오버스럽지 않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온전히 몰입할 수 없었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뜬금없이.. 영화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에 건너가서 제임스 카메론이 영화를 만드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앞서가는데.. 고여서 뻣뻣하게 굳어가는 내 모습에 못견디도록 조바심이 났다.
트럭 운전사를 하던 젊은 시절, 스타워즈를 보고 충격을 받아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나도 뭔가를 시작하기 좋은 가벼운 나이에 아바타를 봤으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배우들의 몸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서 자연스러운 동작을 표현해 내는 모션 캡쳐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배우들의 머리위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피부의 질감이나 미세한 표정까지 잡아내는
이모션 캡쳐 기술이 사용되었다는데...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으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모습으로  
변환되어 보이고 배경도 세트가 아닌 영화 속 판도라의 모습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가상 카메라 기술도 사용됐다는데...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밤이 되면 형광빛으로 빛나는 판도라의 풍경과 이크란을 타고 비행할 때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이런 테크널러지를 통해 창조된 가상의 세계라는 게 놀라울 뿐이다.  
나비족들의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활을 당길 때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의 섬세한 표현,
피부끼리 맞닿을 때 느껴지는 생생한 질감이 인간의 손과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게 
숨이 턱턱 막히도록 자극적이다.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 으!!으!!!으!!!!으!!!!!!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뒷전이고 만든 기술만 따지는 거.. 공들여 만든 사람에게
실례되는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영화의 내용면에서는 진부한 스토리라고 비난하는 쪽에 
 설 수밖에 없다. 공간만 우주로 확대되었을 뿐... 인디언을 다룬 몇몇 영화들이 연상되는 건 사실이다.
미 해병대 출신 아바타에 의해서 부족들이 결속하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밸이 꼴리기도 한다.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메시지도 추상적이고 신비롭게만 접근해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줄수밖에 없는 건
이 영화의 가치가 내용이 아니라 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2시간 42분 동안 관객들에게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가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 
그 기술이 앞으로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 점...  

무엇보다도 침체되어 있던 한 중년 남자의 심장을 잠시나마 콩콩 뛰게 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