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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뷰

국가대표...

새해 벽두부터 딩굴딩굴.. 채널 이리저리 돌리며 영화 삼매경에 빠졌다. 
IPTV에서 제공하는 영화들과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신년 특집으로 틀어주는 비교적 따땃한 신작 영화들..
각종 떠들썩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들에 밀려 자정 이후에나 짤방처럼 틀어 주는 공중파 명화극장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며 3일 동안 십여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봤던 영화를 또 본 것도 많고.. 채널 돌려가며
두세 편을 동시에 본 영화도 있고.. 그냥 틀어놓고 딴짓 하느라 안 본 영화도 꽤 된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소모적인 영화들 중에서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IPTV에서 3,500원 주고 관람한 감독판 <국가대표>..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이재응, 이은성 등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

오랜만에 영화보다 질질 눈물을 흘렸다.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나라에서
타인의 목적에 의해 꾸려진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그 팀원들은 하나하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고 
각자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맨땅에 헤딩을 한다. 그렇게 도구로 사용되던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급기야 꿈을 이루기 위해 까마득히 높은 점프대 위에 섰을 때 갑자기 둑이 터지듯
꺼이꺼이 눈물이 났다. 애국심도 아니고..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감동도 아니다. 
지리멸렬한 삶을 떨치고 결국 날아오르는 자들에 대한 부러움.. 심지어 날아오른 주인공들이
사뿐히 착지를 하든 곤두박질쳐 다리가 부러지든.. 결과조차도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뛰었든.. 어머니를 찾기 위해
뛰었든.. 잠시나마 중력을 잊고 하늘에 머물렀다. 그 짜릿한 절정의 순간이 못견디게 부러웠을 뿐이다.
영화 자체를 봤을 땐.. 감동을 짜내려는 무리한 스토리를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어색하지 않게 
버무려 놓았다는 느낌.. 잘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호감이 가는 영화..
재미와 감동과 교훈..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만 결코 무모해 보이지 않는.. 국가대표스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