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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저기 어디쯤에..

그날 이후, 죽음은 구두 뒤축에 붙은 껌딱지처럼 걸을 때마다 찔꺽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술 부위에 불길한 통증이 느껴질 때, 암 보험 가입하라는 홍보 전화를 받았을 때(이미 걸렸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 그만이지만), 입원실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코드블루 방송이 환청으로 들려올 때, 유혹을 못 견디고 마신 캔맥주의 차가운 쓴맛이 죄의식과 함께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때, 자다가 눈을 떴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샤워하다가 뒤에서 낯선 인기척이 느껴질 때, 퇴근길 지하철 유령같은 사람들 틈에 끼어 집에 돌아올 때, 본의 아니게 미래를 계획해야 할 때... 느껴진다. 저기 어디쯤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