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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군산 한일옥 지붕 위 고양이..

군산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이 전라도 평야에서 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항구도시로 개발한 곳이라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 많다. 그런 집들이 유물로 보존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직도 현역으로 팔팔하게 사용되고 있어 독특하다. 그중 하나가 한일옥.. 1937년에 지어졌으니, 무려 80년이 넘은 건물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군산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라 웨이팅은 기본이다. 다행스럽게도 밖에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2층에 마련되어 있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내려가서 먹으면 된다. 근데 2층에는 건물과 비슷한 또래의 오래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메뉴는 무우국과 육회비빔밥..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 만큼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그래서 흉내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깊고 짙은 풍미가 느껴진다. 음식에서 내공이 느껴진달까. 회사 앞에 있으면 일주일에 두 번은 먹었을 것 같다.  

 

 

한일옥 지붕에 사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 붙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워 숨죽이고 지켜봤는데, 한 마리는 다쳤는지 잘 걷지 못한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자리잡은 아픈 녀석이 고개를 돌리는데 반대쪽 얼굴에 심한 상처도 보인다. 한참 바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발길을 돌렸다. 부디 살아남길.. 떨어지지 말고 꼭 붙어서 험난한 세상 무사히 헤쳐 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