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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내 안에 너 있다

안녕! 난 니 뱃속에 있는 똥이야.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아직 니 일부라고 할 수 있지. 손가락이나 눈알이 니 일부이듯이... 


물론 내일 아침에는 너를 벗어나게 될 거야. 넌 몇 시간 동안 니 뱃속에 품고 있는 나를 생전 처음 보는 끔찍한 것인양 찌푸리며 흘깃 살펴보고 미련없이 흘려보내겠지. 사실 좀 억울해. 난 니 뱃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과의 일부였고, 고등어의 일부였거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달게 익어가던 내가, 깊은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던 내가 어쩌다 니 뱃속에 들어가 이런 몰골이 됐는지... 


아니, 됐어. 너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공치사 따위 듣고 싶지 않아. 그냥 나를 혐오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만 참아줬으면 해. 비록 몇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한몸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련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렇다고 뜨거운 포옹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아냐. 지금은 내가 니 안에 있어 안아주는 게 불가능할 테고, 내일이면 난 안기 힘든 상태일 테니까. 


혹시 말이야. 살아가다가 가끔 끝간 데 없는 허무에 빠지거나 도무지 남은 시간을 버텨낼 자신이 없어질 때면.. 포기하지 말고 나를 떠올려줬으면 해. 어찌 보면 너도 결국 나랑 같은 신세거든. 니가 지금 누구의 소화기관에서 양분을 제공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의 몸밖으로 배출될 거야. 그러면 더럽고 처치곤란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잊지 말라고. 나는 너고, 너는 나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