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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홍콩 _ 마지막 날

eslite.. 아침 일찍 바리바리 짐 싸들고 나와서 찾은 에슬릿.. 홍콩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는데, 규모보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정갈한 디스플레이, 책이 돋보이는 조명, 여유로운 동선.. 어딜가나 북적거리는 홍콩인데, 여긴 한적하다. 도서전 영향인가?




서점은 부러운데, 정작 책은 별로 볼 게 없다. 종수나 품질 면에서 우리나라가 한참 앞서 있다는.. 그러고 보면 홍콩은 뛰어난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그냥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다. 어디서나 껍데기는 보이는데, 알맹이는 찾을 수 없다는.. 그런데 말이지. 내 좁은 시야로 파악이 안 되는 거대한 뭔가가 도사리고 있는데.. 삼박사일 동안 발톱만 더듬거리고 깝죽대는 건지도 모르겠다.               




IT 코너는 달랑 두 칸.참고할 만한 프로그래밍 책을 찾아 보려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는데, 이 분야 만큼은 내 책장보다 빈약하다. 베스트셀러만 모아 놓은 코너를 보니 홍콩에서는 문학과 인문, 취미, 여행서 등과 함께 금융, 상업 관련 전문서들이 많이 팔리는 것 같다.  


      



센트럴.. 인타운 체크인.




여행할 때 가장 골치 아픈 건 직장 동료 선물 고르기.. 이번에는 홍콩을 열심히 공부하고 온 일행이 추천해 준 품목으로 비교적 쉽게 결정했다. Tea WG와 제니스 쿠키.. 덕분에 여행 가방이 쿠키 깡통 네 개로 꽉 찼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그 튼튼한 쇠 깡통이 다 찌그러져 있었다는..





예전에 미술 교과서에 수록했던 설치미술 작품이 보여서 촬영.. 이게 뭐라고.. 실물로 보니 반갑다.




애플스토어.. 중앙 계단이 뉴욕 1호점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예전 같으면 홀린듯 들어가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을 텐데.. 요즘의 애플은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다. 아니, 요즘의 나는 웬만해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가 맞는 표현이겠다.




빅버스 타러 가는 길.. 홍콩 대관람차가 보인다. 숨막히게 뜨거운 날씨에 느릿느릿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회전구이 통닭이 떠오르지만, 저래봬도 에어컨에 와이파이까지 갖춰져 있다. 60미터 높이, 네 바퀴 도는데 $100(HKD)니까 14,000원 정도.. 사실 빅버스보다 저게 타고 싶었는데..   




네덜란드 배였다. 빨갛게 익은 여자 둘이 선수에 앉아 뭔가 열심히 뭔가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한참 들여다 봤다. 저들은 잠깐 머물다 곧 다시 바다로 나가겠지. 너무 다른 삶의 방식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난다. 난 너무 오래 고정되어 있었어. 가라앉을까봐.. 항구를 떠나지 못하는 소심한 겁쟁이.. 아직 늦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그만 중얼거리고 떠날 것!     




빅버스(BIG BUS).. 뚜껑 없는 이층관광버스를 타고 스탠리가든 투어.. $270(HKD).. 이 무슨 무모한 시도란 말인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은 나무랄 데 없이 좋지만, 홍콩의 뜨거운 햇살과 습한 바람에 5분만에 곤죽이 되어 버렸다.




리펄스 베이(Repulse Bay)..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몸뚱이로 도착한 해변. 호주와 중국에서 모래를 실어와 인공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수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발이라도 담궈볼까 다가갔다가 물 반 쓰레기 반 상태에 기겁을 하고 돌아섰다.




주위에 엄청 근사한 아파트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리펄스 베이 멘션은 홍콩의 손꼽히는 부자들이 산다고 한다. 용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중간을 뚫어놨다는데, 내가 용이라면 힘겹게 저 구멍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조금 더 높이 날아 위로 지나갈 것 같구만... 풍수를 중시하는 귀여운 발상에 과감한 디자인이 더해져 꽤 근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스탠리 마켓.. 홍콩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핫 플레이스.. 더위 먹고 지쳐서 입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시간을 때우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져 결국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철수.. 비행기 놓칠까봐 빅버스도 포기, 택시 타고 센트럴까지 허겁지겁 ..




귀국.. 오후 5시 55분 홍콩공항 출발, 10시 35분 인천공항 도착.. 비행기 앞쪽에 배우 이민호가 탔다고 한다. 날아오는 내내 술렁이더니 착륙하고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몇몇 여자분들이 앞쪽으로 내달린다. 덕분에 여행 마무리가 심심치는 않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