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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각

예전엔 말이야..

 

예전엔 말이야. 내 안에 사랑이 가득했어. 정확히 말해서 뱃속에 사랑이 가득했지.

날 좋은 오후엔 번갈아 내 뱃속에 연인들이 들어왔거든.

조심조심 들어와서는 흔들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페달 밟는 노동 따위가 뭐가 그리 재미 있다고 10초마다 웃음이 터지곤 했다니까.

보통 5분쯤 지나면 안정되는데, 그때부터는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거나

물결에 부서지는 햇살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좀 로맨틱한 커플은 서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지.

그러다 갑자기 용기를 낸 남자가 열심히 페달을 밟아 물 한 복판으로 나가거든.

다른 오리배들과 멀찍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쭈뼛거리며 뽀뽀를 시작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한 시간쯤이야 순식간에 지나가지. 뭐, 예전엔 그랬단 말이야.

지금은 보시다시피 뱃속이 텅 비었어. 너저분한 쓰레기만 한가득이지.

가끔 생각나긴 해. 그때 내 뱃속에서 사랑을 나눴던 연인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아직.. 사랑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