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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카페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

또 웅성거리는 카페에 나와 앉아 있다. 굳이 헤드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애써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무시해가면서 잘 읽히지 않는 책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다. 읽는 게 아니라 들여다 보는 게 맞다. 페이지는 넘어가지만 머리에 입력되는 건 없으니까. 예가체프는 어느 카페에 가든 실패할 확률이 적다. 강한 산미에 웬만한 디테일은 뭉뚱그려지기 때문이다. 카페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집에 있을 때보다 1.5배 정도. 천정의 높이, 벽의 재질, 테이블 배치, 의자 등받이의 각도, 조명, 음악 등에 따라 최대 3.2배까지 느려지기도 한다. 장수의 비결은 죽는 나이를 늦추는 게 아니다. 백살까지 살았더라도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삶이 끝난다면 장수했다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건 시간이 천천히 가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 잔에 6,000원 하는 커피를 시키고 카페에 나와 앉아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