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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여행

홍콩 _ 셋째 날

지하철(MTR).. 숨막히게 더워서 웬만한 거리는 지하철 타고 이동.. 이젠 홍콩 지하철에 적응이 끝나 옥토퍼스 카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고 홍콩의 거리는 의외로 깨끗하다. 서울과 도쿄의 중간 정도.. 딱 좋다. 




오늘은 계획 없이 떠돌아 다닐 예정.. 




관광지가 아닌 홍콩의 민낯을 보겠어.. 라고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10미터만 걸어도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덥다.   




지나가다 서점이 눈에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무조건 입성. 실내와 실외의 기온차는 천국과 지옥 같다.    




직업은 어쩔 수 없어 컴퓨터 관련 서적부터 점검.. 딱 두 칸.. 프로그래밍 서적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종류별로 딱 한 권씩만 갖춰 놓았다.    




서점에서 나와 바로 스타벅스로 직행.. 우리나라에 없는 메뉴가 있어 호기롭게 시켰는데 홍차 젤리 건더기가 너무 많아 반 넘게 남겼다. Chocolate Black Tea with Earl Grey Jelly.. 에어컨 바람을 등지고 창밖에 지나가는 홍콩 사람들을 한 시간 넘게 관찰한 것으로 본전은 충분히 뽑았음..




우연히 구룡쪽 전망이 탁 트인 산책로를 발견하여 진입.. 했다가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땡볕에 한 시간 넘게 강제 행군..  




여기선 다들 웃통을 벗어제끼고 달린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옷을 입고 있으면 금방 땀에 절어 빨래가 되어 버리니까 벗고 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대세가 이러니 망설이고 망설이다 나도 결국 웃통을 벗었다. 설마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겠지..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어 집사람에게 보냈더니.. 현지인 같다고..    




호텔 들어와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바로 하버시티행.. 돈 있는 사람들에겐 여기가 최고의 휴양지일듯..




삐까번쩍한 명품 브랜드 매장들을 광속으로 통과한 후 우리나라에도 분점이 있다는 크리스탈 제이드(crystal jade)에서 저녁 식사.. 메뉴는 딤섬 네 종류와 딴딴면.. 홍콩대 구내식당에서 호되게 당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맛을 봤는데 다행스럽게도 하나 빼고 모두 성공적!   








Page One.. 디자인 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페이지 원 그룹에서 운영하는 서점.. 개인적으로 홍콩에서 제일 탐나는 공간.. 이제 책만 만들어서는 그 분야의 흐름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콘텐츠를 장악하고 직접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개발해야 한다. 페이지 원은 자기 색깔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좋은 모델.. 여름 세일 기간이라 50% 이상 할인하는 책들이 많아서 디자인팀에 선물할 책 몇 권 부담없이 구입..






또다시 헤매기 시작한 홍콩의 밤거리.. 




고만고만한 기념품들이 쌓여 있는 야시장에는 딱히 손 가는 물건이 없고.. 운동화 거리에 있는 조던 시리즈는 지나치게 싸서 의심스럽고.. 




묘하게 익숙한 밤풍경은 여전히 덥고.. 슬슬 지루해지고..     




그래도 홍콩에 왔으니 유명하다는 망고쥬스 정도는 챙겨 드시고.. 




그래도 내일이면 귀국인데.. 저기... 혹시 뜨내기 여행자들이 편하게 마실 만한 분위기 좋은 술집 아세요? 줸장.. 검색 좀 해 보고 나올 걸.. 내가 찍은 호프집은 일행이 안 내켜 하고, 일행이 찍은 야시시한 술집은 내가 안 땡기고.. 큰맘 먹고 루프탑 바에 올라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내려오고.. 몇 번 그러다 보니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고..




결국 숙소에 돌아와 호텔 로비에서 밤 늦도록 칵테일 잔을 기울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