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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품은 나무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늘을 본다. 막무가내로 책상 앞에 묶어 놓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저 혼자서도 쭉쭉 잘 자란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이다. 요즘 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들은 대부분 하민이가 찍은 것들이다. 사진 찍는 재미가 시들해져 구석에 쳐박혀 있는 카메라를 언젠가부터 하민이가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하민이는... 아빠와는 다르게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사진 관련 책을 뒤져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기본 매뉴얼도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찍어 온 사진을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이 녀석은 쉽게 렌즈를 들이대지 않는다. 수원 화성을 찍으러 간 날은 하루 종일 42컷을 찍어 왔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 아니하다 흔들리는 게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반쯤 감고 이리저리 부대끼며 걷다보면 32배속으로 하루가 갔다. 미세한 바람에 여지껏 흔들리고 있다. 나잇값도 못하고.. 더이상 참아줄 수 없으니.. 이제 그만 뿌리내릴 준비를 하기 바란다.
내가 느끼지 않으면, 아무도 느끼게 만들 수 없다 비 오는 날, 땅만 살피며 집에 오다가 문득 눈을 들었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윤기 있어 보였다. 하루 종일 푸석푸석하고 무미건조하고 심심하고 따분하고 그저그랬는데..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감동에 목구멍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약 3분 정도 멍하니 서 있다가 잠에서 깬 사람처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노트북을 포함한 각종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는 무거운 가방에 내 머리조차 커버하지 못하는 작은 우산, 게다가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까지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감동적인 순간을 어떻게라도 기록해 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노출 부족에 손목에 걸린 쇼핑백이 덜렁거려 촛점 잡는 게 불가능했다. 우산은 어깨 위에서 미끄러져 내리고.. 빗방울이 카메라 렌즈 위로 하염없이 떨어졌다. 심지어.. 저 앞에 보이..
구차하게.. 노력하지 않을 거야 니들한테 시선 돌리지 않겠어. 아무리 심심하고 배고파도 이 위에 혼자 있을 거야. 멍하니 있어도 시간은 가거든.
네 안에 뭘 품었건... 오늘 아침에 황사비를 좀 맞았어. 기껏해야 10분 정도.. 그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게 잘못이지. 흠뻑 젖지도 않았는데 이 호들갑이야. 위험하다고 하더군. 네 안에 포함되어 있는 알 수 없는 물질이 미래에 암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가급적 피하라고.. 얼핏 보기엔 여느 비와 다를 게 없는데, 마른 흔적을 보면 고통이 느껴져. 그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피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말이지... 생각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황사가 포함된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경우.. 그런 걸 운명이라고 하던데... 혼탁한 운명. 찝찝한 마음에 집에 와서 열심히 닦아냈지만.. 이미 스며든 미래는 바꿀 수 없을 거야. 힘겹겠지만, 이제부터 얼룩을 감당하고 살아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자!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결론이지만 나 지금 행복해야겠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대안이 없다.
이제 벗어도 되는 걸까? 옷깃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에서 미세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난 겨울은 암울하고 까마득했다. 겹겹이 동여맨 띠에 맺힌 작은 멍울들은 밤마다 체신머리 없이 덜그럭거렸다.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에도 갑옷처럼 달라붙어 있더니, 이제는 부르르 떨 때마다 각질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 반짝이는 비늘이 다 떨어져 내리면 봄이다. 일단 봄이 오면... 당분간 겨울은 오지 않을 예정이다.
늦은 가을, 닫혔던 문이 열려도... 가을이 지나고.. 시린 겨울도 어느덧 끝나간다. 이 영화를 예매하면서 한참을 망설였던 건 전적으로 이 영화 마케팅 책임자의 탓이다. 영화의 미덕은 교묘하게 가리고, 생뚱맞은 카피와 이미지들을 전면에 내세워서 그저그런.. 사랑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던 건 교감과 소통에 초점을 맞춘 한 평론가의 글을 읽고, 살짝 호기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텅 빈 탕웨이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트위터 이웃의 글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분들의 안목이 맞다면, 소통의 문제로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희망을 가져볼 만한 영화 아닌가. 그리고 그 기대는.. 영화를 본 후 목구멍까지 뿌듯하게 채워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화... "하루 동안 펼쳐지..
퀸스헤드, 살짝 벗어나서 쉼호흡하기... 잘 지내고 있어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도 그저그런 시간들이 무한반복되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혹시 맥주가 땡긴다면.. 같이 갈래요? 퀸스헤드.. 쌉싸름한 하우스 맥주가 목구멍을 넘어가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명치 끝에 모인 일상의 찌꺼기들이 꼴깍 넘어가 버릴 수도 있어요. 안주는 너무 집어먹지 말구요. 소시지 몇 조각이면 충분하죠. 세상에 씹을 건 많으니까요. 기분이 풀렸다면.. 클럽 에반스에 음악 들으러 가요. 병맥주 하나 앞에 놓고.. 선율에 몸을 맡겨요. 옆사람 신경쓰지 말구요.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치면.. 어디든 살짝 메모해 놓으세요. 지금의 가슴두근거림을 언제든 펼쳐 볼 수 있게.. 기억 나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심장이 뛰고 있음을 확인했고.. 시간이 흐물흐물 녹아들어 내 안 어..
소통불능의 시대 세월을 부정하려는 것에서 나의 모든 혼란이 시작되었다. 내가 자란 세상, 내가 호흡한 공기, 나를 키워온 방식을 잊으려 애쓸수록 점점 가련한 퇴물이 되어간다. 세련된 정돈이 미덕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 세련된 정돈에서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더더기를 쳐내고, 망설임을 잘라내면, 배려가 자랄 공간이 사라진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영혼은 다른 시간 다른 지점을 맴돌고, 그렇게 접힌 차원은.. 내 삶에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끈하고 가벼운 것들이 존중받는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들은 조롱받는다. 스스로 위축된다. 생각을 동결시키고... 매끈한 척 발끝으로 사뿐히 걸으며... 가벼운 척 뒷방으로 밀려나기 싫어서... 스마트한 척 골목길을 돌아 예전 그 주점이 나오면.. 혀 꼬부라진..
헤매고 다니기엔 너무 추운 저녁... 1. 살벌한 추위에 한 시간 넘게 거리를 헤매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따뜻하다. 꽁꽁 얼은 볼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손을 설득해 보지만, 이기적인 손은 요지부동이다. 이 녀석이 이렇게 배짱을 튀기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 때 추운 별에서 온 외계인이 신형 주머니 난로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나를 납치한 후부터이다. 내 손은 그때부터 지가 우주적인 가치를 지닌 걸로 착각하고 있다. 결국 그 외계인은 나를 놓아 주고, 대신 석탄 한 웅큼을 쥐고 자기 별로 돌아갔는데, 이 석탄만도 못한 놈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2. 요즘 하고 있는 게임의 영향인가. 지나치는 사람들 머리 위에 노란색 물음표와 느낌표가 언뜻언뜻 보이는 거 같다. 느낌표가 있는 사람은 왠지 말을 걸어서 퀘스트를 받고 싶어진다. "당신이 원..
마포 산동만두, 만두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인터넷을 헤매다가 마포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만두집을 발견하고, 만두를 좋아하는 친구 하나를 떠올리고, 그 날로 바로 그 친구를 데려가 만두를 사 주고, 행복한 금요일이라는 공치사를 듣고... 제대로 사는 게 어쩌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찬 생각을 하게 되고...
조립식 장난감 만들기... 아주 오래 전 내 유일한 취미는 조립식 장난감 만들기였다. 초등학교 6년 내내 계속된 이 취미에.. 돈도 꽤 들였고,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등 모든 선물을 받는 날에는 당연히 조립식 장난감을 받아냈다. 탱크, 비행기, 배, 군인시리즈, 로봇..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만들었는데 남아 있는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 살아가는 데 보탬을 준 것도 없고, 인격 형성에 일조를 한 것 같지도 않다. 쪼그리고 앉아 꼼지락꼼지락 뭔가를 하는 습관이나 생겼을까. 아무튼 결코 바람직한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이번에 과학팀 동료가 만들어 보라고 건네 준 건담... 아무 생각없이 맞추다 보니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위로 조심스럽게 자르고, 칼로 깔끔하게 다듬고, 설명서 보면서 하나하나 끼워 맞추고..
지독하게 우울한 동화 바람난 똥개처럼 킁킁거리면서 거리를 헤맨다... 건조한 햇살이 까끌거려서 걸을 때마다 진저리가 난다. 작년의 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눈에 핏발이 서도록 힘을 주지만.. 결국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올해와 비슷한 빛이었으리라. 포기하고 바스락거린다. 모두가 바스락거린다. 토끼 세 마리도 초록색 하마도 바스락거린다. 서로 비비적거리다 부서진다. 말라붙어서 흐르지 않는다. 아플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내고.. 로션을 바른다. 아파? 안 아파? 이래도 안 아파? 정말 이래도 안 아파? 정수리를 긁적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시끄러... 이 나쁜 새끼... 물고기나 잡아. 저녁 굶을 거야? 노래는 개뿔.. 겨울 오면 어쩌려구 벌써 이 엄살이야? 갈 길이 먼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수컷들의 세상... 더럽고 웃기는 세상을 재료로 참 맛깔나게도 버무려 놨다. 그래서 씁쓸하다.. 영화 전편에서 물씬 풍기는 남자 냄새.. 머리든 힘이든 권력이든 때로는 약점을 찾아 물고늘어지는 야비함이든.. 이 영화 속 세상에는 서로 잡아먹으려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수컷들만 그득하다.돌려서 말하는 미덕도 없고, 어설프게나마 비전을 제시하는 친절함 따위도 찾아볼 수 없다. 스트레이트를 퍽퍽 날리면서 들이대다가 아니다 싶으면 훌렁 벗어제끼고 넙쭉 엎드린다. 이런 수컷들의 방식이 만들어 내는 세상은 거칠고 정신 사납다. 그리고 살짝 매력적이다. 아, 이 매력은.. 엄밀히 말해서 최철기라는 수컷에 국한된다. 기세등등하던 사자의 캐릭터가 한순간에 똥개로 전락하는 순간, 괜객들이 동시에 혀를 끌끌 차더라. 이런 굴복을 ..
찌질도 컨셉인 양하여... 눈물 젖은 빵.. 먹어 봤어? 아침 10시 기상.. 잠깐 뒹굴... 롤케익 한 조각 먹고... 출근... 안개 자욱... 햇살 쨍쨍한 날보다 더 근질거리는 날씨.. 가슴 속에 뜨거운 응어리가 좌충우돌.. 떡만두국 점심...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오후 내내 쓰레기같은 원고와 사투.. 재활용도 안 되는.. 처치곤란 쓰레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까지 굶어가며 자리를 뜨지 않은 이유는.. 마땅히 다른 할 일이 없어서... 그러니까... 말하자면... 쓰레기나 쓰레기에 코를 쳐박고 있는.. 한심한 인간이나... 모기 한 마리가 삼십분째 계속 찝적대는데.. 귀찮아서 방치. 근데.. 결국 살생! 화장실에 가려고 이어폰을 잠깐 뽑았다가 갑자기 텅빈 사무실이 무서워져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후다닥 탈출. 밤 10시 ..